협상 분위기 확인 자리될 수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외교가 재개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실무협상 시점이 임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양 정상이 서로를 향한 외교적 구애를 수사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역할이 애매해진 우리 정부를 향해 정도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실무급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북한이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던 한·미 군사훈련이 오는 20일 종료되고 9월 중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북한 외무성 고위급 인사가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져 북·미 간 고위급 회동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한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잠정명단'에 따르면 북한의 장관급 인사가 9월 28일 후반부 회의 네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회의 전반부에 열세번째로 연설을 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후반부 회의에서 스무번째 연설 일정이 잡혔다.
북한의 기조연설은 리용호 외무상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유엔 총회에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변화를 요구했고, 2017년에는 "미국 때문에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됐었다"며 강경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올해 유엔총회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한의 외교수장이 공식무대에서 첫 발언을 하는 자리가 된다. 리 외무상은 이달초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에 불참했다.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실무회담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자리였다. 따라서 다음달 유엔총회는 ARF에서 무산됐던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실무협상을 하자는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대로라면 북·미 간 실무협상은 조만간 열리게 되고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 잡힌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협상 분위기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실무협상에 이어 고위급 회담을 하고 북·미 간 정상회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도가 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 첫날인 24일 회의 전반부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번째로 연설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같은 날인 28일 전반부 회의에서 각각 열번째, 열다섯번째 연설을 맡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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