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당분간 현상유지 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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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 추모 헌화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국과) 협의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
일본 정부의 공격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15일 일본 각의(국무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일 양국 간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사흘 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요청하면 한국은 언제, 어디서든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공개 답변이다. 이날 이 발언이 나간 시점은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기념사가 속보로 실시간 일본에 타전되는 상황이었다.
세코 경산상은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한국과) 협의를 해서 뭔가를 결정하거나 내용을 바꾸거나 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일본 정부 내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산성을 넘어 일본 정부로서도 협의 검토를 안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이 건에 대해선 협의할 생각이 없고, 우리로서는 한국 측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겠다는 것(정도)이다"라고만 답했다.
세코 경산성의 이런 발언은 현재 일본 총리관저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 입장은 아직 완강하다. 강제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측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수출규제의 원인이 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가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문제가 연계돼 있다는 것으로, 지금은 문제의 본질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관한 협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다음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8·15 이후 주목되는 외교 스케줄이나, 정부로선 한국과 일본 기업을 통한 기금조성안(6월 제안) 외의 다른 방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먼저 주먹을 올린 상황이고, 우리도 함께 주먹(백색국가 제외 조치)을 올린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특별히 상황이 나아질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한·일 양국 모두 추가 보복조치는 자제하겠지만 내년 4월 총선(한국)과 개헌(일본)이란 각각의 정치스케줄이 있어 상황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상황이 더 악화되진 않겠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은 일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인데, '공은 한국에 있다'는 일본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일 관계 한 전문가는 "도쿄올림픽 거부나 D램 무기화 등 확전으로 치닫는 상황은 아니나, 징용공 문제에 대한 양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 총리로선 수출규제를 철회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가장 좋게 가도 현상 유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일본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 대통령의 8·15 메시지가 대일 비난 톤을 억제했다는 반응을 내보냈다. 아사히신문은 "역사인식 문제에서는 직접적인 일본 비판을 피했다"며 문 대통령이 '대화·협력'을 거론한 점을 보도한 뒤 "관계 개선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 역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가고, 한국 내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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