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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박원순 옥탑방 삼양동, 바뀐건 노인쉼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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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1년 전 묵었던 서울시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옥탑방 바로 앞 도로. 지난 12일 도로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 정비를 원하지만 땅 주인의 반대로 이를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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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다녀간 지 1년이 다 됐지만 바뀐 건 노인을 위한 쉼터를 만든 것 하나밖에 없어요. 울퉁불퉁하고 금이 난 도로를 새로 포장해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도로 땅 주인이 반대하는 바람에 못하고 있죠. 강북을 발전시킨다고 했지만 변한 건 거의 없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22일부터 8월 18일까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최초 3선 서울시장으로서 '강북 발전론'을 주창했지만 최근 현장을 찾아 만난 옥탑방 인근 거주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 시장이 다녀갔지만 동네는 여전히 낙후돼 있고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삼양동 주민 박경선 씨(70)는 "도로가 미끄러지기 쉽고 지저분한 것, 그리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되레 동네 주민들 사이에선 삼양동이 낙후된 동네로 낙인 찍혀버려서 아들딸 장가·시집도 못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한탄도 나온다"고 말했다.

'시장이 직접 다녀가도 별것 없다'는 한탄은 옥탑방 인근 솔샘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박 시장이 다녀간 후 시는 솔샘시장에 1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개선해주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로가 정비되긴 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도로 정비보다는 도시가스 공급과 어닝(자동 차양막) 설치가 더 필요했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구청에서 '도로시설 개선'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인지라 도로만 보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염덕근 솔샘시장 상인회장(71)은 밝혔다. 시장에서 칼국수 장사를 하는 이승규 씨(54)는 "요금이 싼 도시가스를 쓰고 싶어도 아스팔트를 깨고 가스관을 우리 가게 앞으로 들여오는 데만 1250만원이 든다"며 "영세상인은 그런 목돈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LPG를 쓰는데, 한 달에 가스비가 많게는 100만원이 나와 가겟세 80만원보다 많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삼양동 근처에선 '박원순표 강북 발전'이 구현되지 않은 현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가령 시는 5억원을 들여 삼양동 우진빌라 앞 가파른 도로를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체국 직원은 "도로가 전혀 정비되지 않았고 여전히 길이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박 시장이 발표한 강북 발전대로 진척되고 있는 사업은 우이동 유원지 콘도사업과 강북권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그리고 경전철(강북횡단선·면목·난곡·목동·우이신설연장선) 건설 건이다. 하지만 2021년 상반기 준공 목표인 우이동 건을 제외하곤 대부분 장기 건이어서 강북 주민들이 당장 변화를 체감하긴 힘들다. 시가 강남북 균형 발전을 하겠다며 지난해 재정관리담당관을 '재정균형발전담당관'으로 개편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이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박 시장의 삼양동 한 달 체험은 3선 당선 뒤 즉흥적으로 벌인 전시성 행정 측면이 있다"며 "정치 행위로 보이는 이벤트성 계획들을 즉흥적으로 발표하니 후속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현준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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