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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이 15일 즉위 후 처음 열린 일본 정부 주최 종전 기념행사에서 “과거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에서 열린 태평양전쟁 종전 74주년 기념 ‘전몰자추도행사’에 참석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면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또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포함해 이날 나루히토 일왕의 기념사는 지난 4월 퇴위한 부친 아키히토 전 일왕의 견해와 표현을 대부분 계승한 것이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2015년 추도식 때부터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다만 기념행사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전쟁 가해자로서의 ‘반성’이나 책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여러분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전후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길을 걸어왔다”면서 “전쟁의 참화를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8·15 종전 기념행사에서 가해자로서의 일본 책임을 거론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7년째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라는 공물을 보냈다. 다만 주변국의 반응을 의식해 이번 패전일에도 직접 참배는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의 거센 비판을 받은 뒤로는 직접 이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종전일과 춘추계 예대제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한편 초당파 일본 국회의원 모임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단체로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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