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침체·독일 역성장에 아르헨티나·영국 불확실성 겹쳐
트럼프, 연준에 금리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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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은 14일(현지시간) 그야말로 공황 상태였다. 장단기 수익률곡선 역전이 확실해진 데다 전 세계 경제침체에 대한 공포가 겹치면서 폭락을 면치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친 수익률곡선 역전'이라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비난했고, 연준은 시장의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獨 마이너스 성장, 혼란 가중
CNBC, 월스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장기 금리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장중 1.623%로 단기 기준물인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1.634%를 밑돌았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익률곡선 역전이 기준물이 아닌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과 격차를 가리켜온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게감이 있다. 오후장 들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수익률이 1.58%로 더 떨어지면서 10년 만기 수익률은 다시 2년 수익률을 웃돌았다. 또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채권시장에 경기침체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유럽 최대, 세계 4위 경제국인 독일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소식은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독일은 이날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영국이 아무런 협정도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브렉시트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계 경제, 또 독일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 경제둔화도 시장 패닉을 가중시켰다. 지난달 중국의 대도시 실업률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고 산업생산, 소비,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주요 지표들이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중국 경제둔화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독일에는 치명적이다. 외르그 크레이머 독일 코메르츠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독일 경제가 내년까지 둔화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적인 경기침체 전조"
중국, 독일 외에 10월 대통령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스트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아르헨티나 시장 불안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한꺼번에 악재가 닥친 분위기다. 미국 11개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오하이오주 아메리칸 전력 최고경영자(CEO)인 니컬러스 에이킨스는 중국·독일 둔화에 아르헨티나 불안, 노딜브렉시트 불확실성, 여기에 미국의 수익률곡선 역전 등이 겹치고 있다면서 "마치 교과서에 나올 법한 경기침체 전 단계가 시작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도,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이달 금리인하 역시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면서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세계 경제둔화세가 겹쳐 결국에는 미국 경제마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불안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금리인하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강화되고 있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채권리서치 책임자인 빌 머즈는 다음달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면서도 더 큰 폭의 공격적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보다는 공격적 금리인하 전망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 움직임으로 볼 때 다음달 0.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은 19%에 불과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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