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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박정양 초대공사 문집 등 구한말 자주외교자료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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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문집 중 `미속습유`(왼쪽)와 초대 주미공사관 수행원 강진희가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 `화차분별도`. [사진 제공 = 주미대한제국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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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4일(현지시간) 개관 1주년을 맞아 구한말 조국의 독립과 자주 외교를 위해 노력했던 외교관과 그 가족이 남긴 미공개 역사자료 10점을 공개하는 특별전을 열었다.

박정양 초대 주미전권공사의 '미속습유', 이상재 서기관의 '미국공사왕복수록', 수행원 강진희가 그린 풍경화 '화차분별도', 공관원 장봉환이 발급받은 여권 '집조' 등이 전시됐다.

미속습유는 박정양 공사가 미국의 지리, 역사, 정부 조직 및 문물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공식보고서이다. 이상재 서기관이 남긴 자료는 그가 미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와 공사관의 운영 및 활동상을 기록한 대미외교 사료다. 철로를 달리는 기차가 그려진 화차분별도는 한국인이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다. 집조는 1893년 공관원 장봉환이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하면서 발급받은 현존 국내 최고(最古) 여권이다.

공사관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2층 벽난로 뒤에서 예상치 않게 발견된 소중한 자료들도 선보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인 앨리스 루스벨트가 보낸 결혼식 안내장을 비롯해 4대 이채연 서리공사가 버지니아주 댄빌 군사학교를 방문하고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학교 엽서, 캐나다 출신 화가인 조지 로버트 브뤼네가 보낸 전시회 초대장, 미국 화가 이디스 하워드가 보내온 성탄·신년 축하 카드, 성경 구절이 담긴 상본(像本·성인화, 종교화 등으로 만든 카드), 1904년 뉴욕 애비뉴 장로교회 성경학교 초대장도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이채연 서리공사는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 군사교관 초빙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댄빌 군사학교를 직접 시찰한 바 있다. 또 당시 공사관은 미국 국무부를 접촉해 차관 도입을 추진했다고 공사관 측은 설명했다.

당시 공사관원들은 인근의 커버넌트교회와 뉴욕장로교회에 다니면서 신도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자로서 이 교회에 다녔던 미국 대통령보다도 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공사관 자료에 따르면 1889년 4월 23일자 '이브닝 불리틴'은 "교회에 그들(한국인)이 있어 대통령은 중심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조선공사관원들은 예배 시간 내내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으나 놀라울 정도로 집중했으며 자신들이 (미국 대통령도 포함된) 회중의 최대 주목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제국공사관은 1877년 건축된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로 1889년 주미 공사관이 개설된 뒤 1년여 만에 입주해 사용했던 두 번째 청사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면서 그 기능이 중단됐다. 1910년에는 일본이 5달러에 강제 매입해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아치웠다. 문화재청은 2012년 350만달러에 건물을 매입해 복원 공사를 거쳐 지난해 5월 개관했다. 매입부터 복원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오수동 관장은 "공사관은 일제에 나라를 잃었던 시기에 사용된 공간이자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침략에 맞선 구한말 독립과 자주외교의 상징"이라며 "광복절을 맞아 전시회를 갖게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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