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식품기업, 성공 DNA를 찾아서] <5>농심
신춘호 회장 '세계 최고 공장' 특명
최첨단 자동화설비에 1,400억 투입
2001년 구미 스마트팩토리 구축
4분의1 인력으로 생산량 4배 '쑥'
스위스 등 100여개국 입맛 잡고
내달 신라면건면으로 美 공략 가속
6년내 매출 7조·해외비중 4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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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라면은 밥 못지않은 주식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73.7개로 세계 1위 수준. 조금 부풀려 ‘라면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온 국민의 라면 사랑이 지극한 한국에서 농심(004370)은 30년 넘게 시장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농심의 대표작 ‘신라면’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며 미국 본토에서 라면의 원조 격인 일본 브랜드와의 본격적인 한판 승부도 벼르고 있다. 농심이 세계 최고 라면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신라면 전체 생산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경북 구미공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본업에만 무섭게 집중해온 농심의 경영철학이 지난달 31일 찾은 구미공장의 최첨단 자동화 설비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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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공장 지어라”···신춘호의 특명= 구미공장에 들어서면 다들 가장 많이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 길게 줄지어 서서 갓 만들어진 라면을 포장용지에 담고 박스를 나르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자동화 설비를 통해 잘 혼합된 밀가루 반죽은 사람 손길을 거치지 않고도 7개 롤러를 통과하며 얇게 펴졌다. 특유의 매콤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스프 제조공정실에 들어서자 스프 원료가 담긴 통을 12대의 무인운반차가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무인운반차의 대당 가격은 1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신라면 제조공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생라면이 눈 깜짝할 새 포장용지에 담기는 장면이다. 세계적인 식품 포장기 전문기업의 고속설비를 도입한 덕분에 이곳에선 분당 최대 600개의 라면이 순식간에 포장·생산된다. 분당 250~300개를 만드는 다른 공장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다. 빨라진 속도만큼이나 품질관리는 더욱 정교해졌다. 각 라인마다 설치된 이물 검색기와 질량 분석기가 매의 눈으로 불량 여부를 꼼꼼히 점검한다. 포장을 마친 라면 상자들은 로봇팔을 통해 팔레트에 차곡차곡 쌓였고, 이곳에는 혹시 모를 기계 오류에 대비한 인력 4명만 상주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든 제품 정보들은 중앙통제시스템의 빅데이터로 저장돼 본사와 실시간 공유된다. 구미공장이 2001년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공장을 만들라”는 신춘호 회장의 특명 덕분이었다. 이를 위해 업계 최고인 1,400억원이 투입됐다. 그 결과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인력은 4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4배로 늘어났다. 유창열 구미공장장은 “전국 6개 공장 중 생산성 1위인 구미는 농심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라며 “이곳이 없었다면 오늘날 신라면의 신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패할 자유”···도전 북돋는 문화= 농심이 자랑하는 3대 문화 중 하나는 바로 ‘도전과 창조’ 정신이다. “우리 모두 실패할 자유가 있으니 결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대목이다. 실제로 유 공장장은 신입사원이던 30년 전 제품 테스트 도중 당시 월급의 100배 가까이 되는 고가의 설비를 고장 낸 적이 있었다. 사표 쓸 각오까지 하고 있던 그에게 당시 공장장은 “실패의 자유가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말라”며 전혀 꾸짖거나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이러한 도전정신이 밑거름이 돼 오늘날 국내 부동의 1위이자 세계적 브랜드로의 도약에 나서는 농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최근 ‘신라면건면’을 개발해 정체된 라면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가능했다.
◇‘식품업계 반도체’···세계인을 울린다= 농심은 이제 국내를 넘어 당당히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7년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 입점을 성사시킨 농심은 현지 시장에서 라면 종주국인 일본 브랜드들을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출용 신라면건면까지 가세하며 9월 초 서부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대 판매될 예정이다. 미국 외에도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부터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100여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농심은 이를 토대로 2025년 매출 7조원 달성과 함께 해외사업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구미=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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