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트럼프 "무역보다 홍콩먼저 다루자"…中, 불쾌감 드러내며 거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통상분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중이 홍콩 사태를 놓고서도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 반대로 촉발된 대규모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해지면서 중국 당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이 대두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못을 박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대중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제2의 톈안먼 사태를 일으키지 말라"고 중국을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홍콩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홍콩 시위 양상을 '테러리즘 조짐'이라고 규정하면서 강경 진압을 위한 명분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만남(personal meeting)?"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홍콩 시위와 거리를 두며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달래면서 사태 악화를 막으려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시 주석을 잘 안다"며 "그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그는 "물론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 짓고 싶어하지만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매일경제

홍콩 코앞서 병력 위용 과시한 중국
15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과 국경을 맞댄 광둥성 선전 시내의 대형 경기장인 `선전베이 스포츠센터`에 집결해 있다. 이날 오전 수천 명의 중국 병력이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AF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고 맞받았다. 한마디로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화 대변인은 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말한 대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콩과 이웃한 광둥성 선전의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이날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펼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스타디움 안에는 장갑차도 있었으며 밖에는 트럭과 병력 수송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무장 경찰이 이날 경기장에서 군중 진압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미국 하원은 백악관보다 좀 더 직접적인 언사로 중국을 압박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어떠한 폭력적인 탄압도 실수가 될 것"이라며 "중국에 홍콩의 자치권 침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더욱 강경하게 대중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1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1989년 중국 정부의 탄압을 기억한다"며 "중국이 홍콩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사태 당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과오를 최근 홍콩 시위에서 되풀이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미국 국무부도 중국의 홍콩 시위 무력 진압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모든 쪽이 폭력을 자제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홍콩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는 홍콩반환협정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연일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면서 시위 양상이 '테러리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당국의 시각을 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홍콩국제공항에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 산하 환구망 소속 기자인 푸궈하오 씨가 시위대에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환구시보는 15일 사설을 통해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홍콩국제공항이 급진주의자들이 미쳐 날뛰는 공격의 장으로 변했다"며 "이들은 법률에 도전하는 동시에 심각한 인권 침해와 홍콩의 금융허브 이미지를 극도로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위대의 진짜 목적은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혼란에 빠뜨려 '색깔혁명'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색깔혁명은 조지아의 장미혁명,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등과 같이 2000년대 초반 구소련 국가와 발칸반도 지역에서 일어난 정권 교체 혁명을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각국은 홍콩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자국민 보호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유사시 현지에 거주하는 자국민 30만명을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홍콩 여행과 관련해 4단계 주의보 가운데 2단계인 '주의 강화'로 격상 발령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이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중국은 필요한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15일 전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