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사진)가 국내에만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로는 사상 최대 규모 펀드 조성을 눈앞에 뒀다. 한앤컴퍼니의 탁월한 운용 성과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판단이 어우러진 결과다.
15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한앤컴퍼니 3호 펀드' 조성 작업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3호펀드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3호 펀드가 한앤컴퍼니 구상대로 마무리되면 국내 전용 투자 펀드로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2016년 35억달러를 목표로 한 뒤 증액을 통해 41억달러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바 있지만 당시 MBK파트너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리전 펀드(지역 펀드)'였다"며 "한국에만 투자하는 컨트리 펀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앤컴퍼니가 사상 최대 규모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든든한 신뢰가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연기금이 출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모집에 신청하지 않는 등 국내 '큰손'들의 투자보다는 외국계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의 블라인드 펀드를 신청하지 않고도 자금 유치에 성공하는 것은 그만큼 한앤컴퍼니의 투자 역량과 한국 내 투자 기회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인수·합병(M&A) 분야 관련 업황이 경기에 관계없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정적일 때보다 변동성이 있을 때 오히려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거뒀다는 점 역시 이 같은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가 2015년 인수한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41억원, 112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뒤 국내 M&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IB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나올 경우 매각 가격이 7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한온시스템 회사채 발행에는 4000억원 규모 모집에 1조4000억원가량의 주문이 몰려 발행 규모를 6000억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시멘트 제조 전문기업 쌍용양회 역시 2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쌍용양회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40억원, 84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 215억원보다 292% 증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역시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을 한앤컴퍼니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6월에는 에이치라인해운 신규 투자자 유치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사모펀드 내 투자자 교체로는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IB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투자자 교체 작업을 통해 에이치라인해운 장기 보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만큼 기존 펀드 만기가 도래하기 전 장기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2010년 설립된 한앤컴퍼니는 2011년 8000억원 규모 1호 펀드를 조성을 시작으로 국내 무대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1호 투자기업인 휴대폰 카메라모듈업체 코웰이홀딩스는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배가량 늘어나며 세계 3대 카메라모듈업체로 자리 잡았다. 2014년에는 2조원가량의 2호 펀드를 조성했다. 경기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한앤컴퍼니의 강점이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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