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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서둘러 추경 강행하더니…작년 5건은 한푼도 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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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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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시급하다며 서둘러 편성했던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성적표가 나왔다. 전문가들이 당시 지적했듯이 '졸속 추경'이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추경 신규 사업 가운데 5개 사업은 단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도 채 집행하지 못한 사업도 20건에 달했다. 정부와 여권에서 청년 실업을 내세워 서두르기만 했지, 제대로 쓸 수 있을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예산안부터 짠 것이다. 수요예측이 완전 실패했다는 얘기다. 작년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편성된 2009년 추경 이후 가장 빠른 시점에 편성됐다.

1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에 편성된 신규 사업 69건 가운데 5건은 연내 실제 집행액이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군산 예술 콘텐츠 스테이션 구축' '디지털 관광 안내 시스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혁신 창업 활성화 지원', 해양수산부의 '소매물도 여객터미널 신축 공사' 'AMP 구축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다.

실집행률은 사업시행 주체가 실제로 예산을 집행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중앙정부 기준의 집행률과는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사업 편성 검토 기간과 집행 기간이 짧은 추경 특성상 신규 사업은 시스템 구축 등이 어려워 집행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며 "향후 추경을 편성할 때 신규 사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집행률이 50%에 못 미치는 신규 사업도 20건에 달했다. 사업 규모 순으로 보면 831억원짜리 행정안전부의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실집행률이 41.4%에 불과했다. 교육부의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도 735억원을 들일 계획이었지만, 96억원(13.1%)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경로당 공기청정기 보급사업'은 추경을 통해 314억원을 증액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29억원(9.1%)이었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 69건의 실집행률은 69.0%, 전체 사업의 실집행률은 88.7%로 집계됐다.

부처별로는 교육부가 실집행률 43.6%로 가장 낮았고, 행안부(51.6%) 문체부(70.0%)가 그 뒤를 이었다. 해양수산부(71.7%) 복지부(72.2%) 농촌진흥청(73.8%)도 실집행률이 80%를 밑돌았다.

이처럼 일부 사업의 실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시스템 미비 등으로 시기상 연내 집행이 어려웠거나 지원 요건이 까다로워 신청자가 예상보다 미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고등학생의 취업 시점이 대부분 겨울방학을 마친 2월이지만, 10월 중순에도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추경을 편성했다. 이 때문에 신청이 부진했고 시스템 구축에도 시간이 걸려 심사가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6월 25일 기준으로도 실집행률이 50.1%에 그쳐 사업 운영 방식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특히 작년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빨리 편성할 정도로 시급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란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작년 추경안을 4월 6일 국회에 제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출 부진 및 내수 침체'를 배경으로 편성된 2009년 추경(3월 30일 제출)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시점에 추경을 편성한 것이다.

이미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추경 집행 전부터 졸속 추경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추경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아직까지 2018년 본예산에 반영된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의 집행 실적과 성과가 명확하게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한 목적의 추경 편성을 통해 지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해 이견이 제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전직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작년 4월 6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은 이미 편성 작업을 연초에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예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며 "굳이 결산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건 뻔한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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