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도쿄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나루히토 일왕 부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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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도 깊은 반성을 말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8월 15일을 종전기념일로 칭하는 일본에서는 이날 도쿄 부도칸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5월) 후 처음 참석한 가운데 '전국 전몰자 추도식'을 치렀다.
전후 세대인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을 맞았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오랜 시간에 걸쳐 평화로운 세월에 대한 생각을 하며 과거를 돌아보며 깊이 반성한다"면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이 언급한 '깊은 반성'은 평화주의 노선을 걸어온 부친 아키히토 상왕이 2015년부터 사용해온 표현이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의 발언은 대부분 부친이 지난해 밝혔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이는 부친의 평화주의 노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고 일본 사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비해 아베 총리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거나 반성이란 단어 등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이전 대전(전쟁)에서 300만여 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며 "일본은 전후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맹세는 쇼와, 헤이세이는 물론 레이와 시대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재집권(2012년 12월) 후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추도식에서 드러났듯이 향후에도 평화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일왕과 우경화를 강화하는 정치권 간 긴장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A급전범 등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특별보좌관을 통해 개인 명의로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후 7년 연속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1년을 맞은 2013년 12월에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기도 했으나 이후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경험했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은 주변국 중에서도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본을 국빈방문할 예정이고, 오는 10월 22일 일왕 공식 즉위식에는 왕치산 부주석이 참석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총리가 개인 입장에서 판단한 것으로 정부 차원의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은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이 모임에서는 매년 종전기념일과 봄, 여름 야스쿠니신사 행사 때 집단 참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참배에는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 기우치 미노루 환경성 부대신 등도 참여했다. 사토 부대신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적반하장 발언을 트집 잡았던 인물이다.
한편 이날도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강경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 등을 통해 대화를 강조하는 자세에 대해 평가하면서도 경제보복과 관련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이번 경제보복이 한일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일본 정부 기존 입장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는 수출관리 차원일 뿐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만큼 대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경제보복 관련 조치들도 완화하면 기존 일본 정부 논리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의 최일선에 서있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수출규제 조치 등은) 정당한 국내 수출관리의 일환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한 것과 관련해 "한국의 국내 수출관리의 일환일 뿐"이라며 "그만큼 일본 정부가 협의할 성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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