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사설]새 일왕 “과거 깊은 반성”, 아베 총리는 안 들리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루히토 새 일왕이 15일 도쿄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74주년을 맞는 날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깊은 반성’은 지난 4월 퇴위한 아키히토 상왕이 2015년 추도사부터 해온 말이다. 갓 출발한 레이와(令和) 시대에도 부친이 견지해온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아베 정부의 경제·역사 도발로 한·일 두 나라가 얼굴을 붉히는 광복절이어서 새 일왕의 메시지는 다행스럽고 울림도 작지 않다.

새 일왕의 8·15 추도사는 어느 때보다 그 표현과 수위를 세계가 주목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일왕이고, 석달 전 즉위식 후 짧은 소감에서도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과거사엔 말을 줄인 그였다. ‘깊은 반성’은 4년 전 아키히토 상왕이 ‘깊은 슬픔’에서 사죄 수위를 격상시킨 표현이다. 그 촉발점도 그해 나온 아베의 담화였다. 아베 총리가 “전쟁과 아무 관계 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된다”며 전쟁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무력화하자 일왕이 직접 견제·비판한 것이었다. 그 표현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새 일왕도 이어받았다. 국정에 간여할 수 없는 ‘상징적 국가원수’ 지위이지만, 침략국의 흑역사에 선을 그으려는 양심세력의 정점에 일왕 스스로를 매김한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폭주에 또 하나의 ‘심정적 제동’이 걸리길 기대한다.

다시 눈은 오불관언하는 아베 총리로 향한다. 그는 오늘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내고, 300만명의 전몰 희생자 성격만 열거하며 가해자의 책임은 사죄하지 않았다. 이틀 전엔 외할아버지인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묘소를 다녀오며 개헌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터다. 군국주의로 달려가는 ‘아베의 관성’과 ‘양심세력의 거울’이 공존하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는 그토록 새출발의 뜻을 키우려 했던 레이와 시대의 일왕까지 이어받은 ‘평화’ 메시지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