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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제2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대학·일반부 대상 윤현선씨 “돈키호테 무모함 반해 ‘무대의 꿈’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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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9 경향뮤지컬콩쿠르에서 대학·일반부 대상을 수상한 윤현선씨가 15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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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아리 활동하며 ‘도전’ 결심

주변 만류에도 “행복…포기 못해”

본선 때 ‘파격 여장’으로 주목받아

“연습 중 등장인물 공감돼 눈물도”

“이제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목표

힘든 이에 긍정 에너지 전달할 것”


“회사를 그만두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 돈키호테가 무모한 꿈을 꾸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용기와 위로를 얻었습니다. 저도 무대에서 힘든 상황이나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윤현선씨(25·한세대 공연예술학과)는 이제 확신을 얻은 듯했다. 윤씨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서 직장생활을 5년간 하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 가수를 꿈꾸다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노래를 잊고 지내던 윤씨가 무대에 대한 꿈을 다시 키우게 된 계기는 회사 내 뮤지컬·연극 동아리였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주변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힘든 길을 가려 한다고 만류했죠. ‘네 외모 정도로 가능하겠냐. 밥도 못 벌어먹으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얘기들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배고파도 무대에만 서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저히 포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절박함의 크기만큼 무대에서의 포부도 큰 윤씨는 지난 14일 열린 ‘제2회 경향뮤지컬콩쿠르’ 대학·일반부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2개 참가팀 중 첫손에 꼽혔다.

이번 콩쿠르는 전체 참가팀 중 31개 팀을 추려 14일 경기 가평뮤직빌리지에서 본선 경연을 치렀다. 각자 뮤지컬 넘버(곡) 하나를 택해 노래에 안무와 연기까지 종합적으로 무대를 꾸민 뒤,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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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선씨가 지난 14일 본선 무대에서 여장을 한 채 뮤지컬 <킹키부츠>의 넘버 ‘홀드 미 인 유어 하트(Hold me in your heart)’를 부르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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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본선 무대에서 10㎝ 높이의 하이힐에 검정 롱드레스, 화려한 화장까지 파격적인 여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그가 부른 곡은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가 부르는 ‘홀드 미 인 유어 하트(Hold me in your heart)’. ‘드랙퀸’으로 살아가는 롤라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는 노래다. “캐릭터를 분석하며 등장인물에게 많은 공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곡에서 ‘그대 맘속에 새겨줘 나를/ 나를 받아줘요/ 이 모습 그대로’ 고조되는 부분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뮤지컬 배우는 연기와 노래, 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윤씨는 준비를 할수록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춤을 춰본 적이 없어서 가르쳐주면 바로 따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안 그래도 팔다리가 짧고 굵어서 태가 안 난다고 생각했기에 부끄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노래를 잘하는 분들을 많이 봐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윤씨의 목표는 ‘함께하고 싶은 배우’다. 함께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배울 점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든 존경심처럼, 타인도 본인을 보며 무언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배우는 조승우다. “조승우 배우는 가창력도 뛰어나지만, 특히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시는지 같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중등부 대상을 받은 이채니양(15·두일중)은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아이 우드 기브 마이 라이프 포 유(I’d give my life for you)’를 불렀다.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뮤지컬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면서 “노래와 연기를 합한 뮤지컬이 큰 감동을 준다는 게 신기하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중 ‘노 헤븐 포 미(No Heaven For Me)’를 부른 고등부 대상 김동준군(18·새롬고)은 “중학교 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본 감동이 잊히지 않아 뮤지컬을 하게 됐다”며 “노래든 무용이든 자기 습관에서 빠져나와 남의 조언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참가자들이 표현한 정서가 얼마나 깊고 또 관객에게 와닿는가, 무대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에 대한 진정성, 프로 무대 데뷔 가능성을 척도로 삼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뛰어나 심사하기 어려웠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경향뮤지컬콩쿠르는 중학부, 고등부 외에 대학·일반부를 신설해 뮤지컬 예비스타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넓혔다. 경향신문사가 주최하고 스포츠경향·(주)현두뇌공작소가 주관했으며, 세종대·음악역1939·(주)아티션·(주)가장맛있는족발·EMK엔터테인먼트·HJ컬쳐가 후원했다. 대상 500만원, 최우수상 200만원, 우수상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본선 무대에 오른 참가팀에도 각각 장려상이 수여됐다.

배문규·김세훈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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