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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망월지, 새끼 수백만마리 태어나는 ‘생태 보고’

땅 주인들 개발 추진에 사라질 위기…구청, 보존 방법 고심

경향신문

전국 최대의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인근의 사찰 관계자가 지난 12일 망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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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주변에는 망월지 개발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인근 사찰 관계자는 “망월지는 매년 봄이 되면 수백만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태어나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곳인데, 땅 주인 등이 이곳을 개발하려고만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망월지는 2007년 새끼 두꺼비 200만~300만 마리가 태어나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매년 2~3월쯤 인근 욱수산에서 내려온 성체 두꺼비 수백마리가 망월지에 알을 낳고 되돌아간다. 이후 몸길이 2∼3㎝가량의 새끼 두꺼비 수백만마리가 매년 5월 중순쯤부터 10일간 떼를 지어 욱수골로 옮겨가서 집단 서식한다. 두꺼비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의 건강도를 알 수 있는 환경지표종 중 하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 망월지를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두꺼비 산란지로 불리는 망월지가 최근 땅 소유주들의 용도 폐지 신청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일부 토지주가 농업생산기반시설(저수지)로 지정된 이곳 땅의 절반가량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관할 구청과 환경단체 등은 생태유산 보존을 위해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13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망월지 지주 등 3명은 “인근 농지 면적이 줄었기 때문에 저수지 일부 땅의 용도를 폐지해 달라”면서 구청에 ‘용도 폐기’ 신청을 냈다. 요구 면적은 전체 1만8904㎡(약 5728평) 중 1만560㎡이다. 현재 망월지의 75~80%가량은 사유지로,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용도 변경 절차 등을 거쳐 건축 행위까지 가능하다. 수성구 관계자는 “오는 18일까지 지주들의 요구에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구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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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곳에서 부화한 새끼 두꺼비가 욱수골로 이동하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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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토지주 등 26명은 2009년에도 용도 폐지 신청을 했다. 당시에도 구청이 해당 신청을 반려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으나, 법원은 구청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원이 당시와 같은 판단을 이번에도 할지는 미지수다. 망월지 주변에 학교와 아파트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농지 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일부 지주는 수성구청을 상대로 민사소송 2건, 행정소송 2건 등 모두 4건을 제기했다. 망월지의 둑 부분 토지(923㎡)를 소유한 지주 ㄱ씨가 낸 지목 변경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최근 수성구청이 패소했다. 저수지로 지정된 지목을 ‘전’(밭)으로 바꿔달라는 지주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건축 허가가 아닌 만큼 당장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소송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성구청은 망월지가 농업용수 제공 기능 이외에도 자연재해를 막는 효과 등이 있는 데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시설 용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행정당국에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폐지 신청을 반려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보존하자”는 의견에 구청과 구의회, 대구시, 시민단체 등이 공감하고 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새끼 두꺼비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생태유산”이라면서 “토지주를 설득해서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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