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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빗길 뚫고, 휠체어 타고…8·15 역사 되새김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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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역사박물관 방문 행렬…옛 일본대사관까지 행진도

광화문서 촛불문화제…함께한 일본 단체 “아베 무너뜨리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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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혜린양(16)은 학교 친구 5명과 15일 서울 광화문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이전부터 역사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 부쩍 관심의 정도가 더 커졌다.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엔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공부까지 했다. 김양은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기도 하고, 요즘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라고 말했다.

이서연씨(39)는 연년생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오느라 아침 일찍 나왔다. 작년까지는 찾은 적 없는 장소다. 이씨는 “올해 일본과 관계가 나빠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마침 아이도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역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며 “입시 위주로 역사를 배웠던 나와 달리, 아이는 좀 더 생생한 역사를 보고 바른 역사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씨의 아들 김하율군(9)은 “김구 위인전을 읽으며 엄청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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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는 서명서 받으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가 1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 세계에서 모은 1만7000여장의 서명서를 제출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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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는 하루 종일 관련 행사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광장과 박물관 등을 찾아 일본과의 경제충돌로 다시 떠오른 역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서 시민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를 향해 공식 사죄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소원을 매단 ‘평화의 비둘기’ 풍선을 날리고,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행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도 휠체어를 타고 함께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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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에게 보내는 플래시몹 청년들로 구성된 ‘통일열차 서포터즈’ 회원들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아베 경제침략 맞서는 광복절 플래시몹’을 진행하면서 카드 섹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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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옛 일본대사관 앞을 찾은 박가현양(15)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나 강제동원당한 할아버지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에 그런 일을 당하셨던 걸로 안다. 얼마나 겁이 나셨을까 싶다”면서 “앞으로 역사문제에 점점 더 관심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오후 3시쯤 8·15 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가 ‘8·15 민족 통일대회·평화 손잡기’를 열었다. 광장을 둘러싼 스피커에서 “역사를 잊은 민중에게 미래는 없다”는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정선호씨(64)는 “내 아버지도 강제징용당했다”면서 “침략자 미국, 일본 등의 제국에 동조하는 이들이 여전히 한국에 있는 한 우린 광복이 안된 거다”라고 했다.

오후 6시부터는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우산과 비옷을 챙긴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예비 신혼부부 성치화·채경은씨는 단상에 올라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 기한인 24일이 결혼식날인데 파기한다면 최고의 결혼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관순 열사의 옷차림을 하고 나온 최수연씨(38)는 “일제에 저항했던 여성의 모습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유관순 열사의 모습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노 아베’ 티셔츠를 입고 아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창현씨(46)는 “옛날에는 한국이 힘이 없어 움츠려야 했지만 이제는 억울한 일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단호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일본 시민단체 ‘허용하지마 헌법개악 시민연락회’의 다카다 겐 공동대표는 “전쟁의 길을 걸어나가려고 하는 아베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일본과 한국의 시민은 서로 손을 잡고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자”고 했다.

조문희 ·허진무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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