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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여기가 거기야] 드라마 태조왕건 속 궁예 최후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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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팔왕폭포 용추바위
한국일보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왕건(왼쪽·최수종)과 궁예(김영철)가 경북 문경 팔왕폭포 용추바위에서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KBS 태조왕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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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어, 인생이 찰나와 같은 줄 알면서도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꼬… 허허허. 이렇게 덧없이 가는 것을…”

지난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방영,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0부작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최후를 눈앞에 둔 궁예의 독백이다. 드라마 태조왕건은 당시 최고 6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각종 상도 쓸어 담았다.

숱하게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애꾸의 궁예가 너럭바위에 앉아 한잔의 술잔을 기울이며 부하가 휘두르는 칼에 최후를 맞이하는 광경은 압권이다. 이 배경이 바로 문경새재 팔왕폭포(용추폭포)의 너럭바위다. 팔왕폭포는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1관문(주흘관)에서 2관문(조곡관) 방향으로 약 2㎞ 지점에 있다.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는 이 곳에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상념에 젖는다. 왕건을 불러 마지막 술잔을 나눈 뒤 자신의 부하에게 죽는다. 그 부하 또한 자결한다. 이로써 신라 왕족 출신인 궁예가 호족들의 도움으로 세운 후고구려도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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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은 경북 문경 팔왕폭포 용추바위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KBS 태조왕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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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와 왕건이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고 궁예가 최후를 맞이한 장소를 촬영한 경북 문경새재 팔왕폭포 용추바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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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달리 실제 궁예는 왕건과의 최후 격전에서 패배한 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한 농가로 들어가 보리이삭을 훔쳐먹다 농민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나 자살했다는 전설 등이 전해져 오고 있다.

문경시는 이곳에 당시 드라마 장면과 간단한 설명을 담은 안내판을 세웠다. 일반 탐방객들도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내려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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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경북 문경새재를 흐르는 하천에 물안개가 살포시 내려 앉아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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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문경새재는 특히 사극 등 각종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복원한 성곽이나 비포장 흙길 등으로 시대극 촬영엔 안성맞춤이다. 전봇대와 항공기 소음이 없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매년 20여편 가량의 영화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는 이유다. 2000년에 세운 세트장과 새재길 주변에는 경복궁 23동, 동궁 5동, 궐내 각사 7동, 사대부 집 68동, 저잣거리(초가 22동, 기와 4동), 성문 1동, 일지매 산채 등이 조성돼 있다. 지난해 오픈세트장을 찾은 관광객만해도 20만4,1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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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새재를 방문한 시민들이 제2관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황톳길로 된 문경새재에선 맨발로 걷는 관광객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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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차원에서의 지원은 보너스다. 문경시는 사극 촬영 중심지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과 가은 오픈세트장 등 현지 자연이나 관광지, 문화, 역사 등을 배경으로 순제작비 3억원, 5회차 이상의 영상물을 문경에서 촬영할 경우엔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한다.

한편 17일엔 '오감만足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도 예정돼 있다. 7㎞ 문경새재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동료나 가족, 연인들이 건강과 우애를 다질 수 있는 축제다. 걷기와 함께 야외공연장에서는 맨발단체줄넘기, 제기차기 노래자랑 등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도 열린다.

문경시 관계자는 “문경새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전통이 잘 보존돼 있어 사극을 촬영하는데 최적지다”며 “문경새재를 방문해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청정 도시 문경을 한껏 느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글ㆍ사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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