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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설악산 케이블카 4년 논의 절차 오늘 마침표…산양·강풍·탐방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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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이달 말 최종 결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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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사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지어도 될까. 산 정상의 케이블카 정류장 자리에 서식하는 희귀 식물들은 어떻게, 또 어디로 옮겨야 하나. 강풍에 안전사고 위험은 없나. 이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굳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하나 더 지어야 할까.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건설을 둘러싸고 4년째 계속되어 온 논쟁이 16일 일단 마무리된다.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가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고 종합 검토 의견을 내놓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형식적 절차는 모두 끝나는 셈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경향신문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협의회 회의록을 통해 이 쟁점들의 논의 과정을 살펴봤다.

첫 번째 쟁점은 설악산에 서식하는 산양 및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한 보호대책이다. 케이블카 논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산양은 멸종위기 1급 동물이다.

케이블카 찬성 측도 지난 6월 말 열린 8차 협의회에서 “사업구간 주변에 산양의 잠자리터, 분변터 등의 분포를 확인했다. 하부 정류장을 제외한 사업구간이 서식지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산양이 인근 지역으로 회피하거나 산책로 밑으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케이블카로 인한 교란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사업구간은 산양이 안정적으로 개체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번식처”라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서식지 파괴가 예상된다고 반박한다. 특히 해당 구간에 “(산양뿐 아니라) 삵, 담비, 하늘다람쥐, 무산쇠족제비 등 타 멸종위기종의 서식흔도 발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케이블카 건설 시 상부 정류장에 있는 주변 식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식물 보호를 위한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오색케이블카는 오색약수터에서 설악산 끝청(해발 1480m)까지 3.5㎞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찬성 측은 “두 차례 매목조사를 실시했고, 식생 훼손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하고 희귀식물 이식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의회 논의 과정에서는 찬성 측이 실시했다는 식생 현황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립생태원 등은 “식생조사가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해 직접 훼손되는 지점이 아닌 주변 지역에서 실시됐다”며 “조사지점과 조사내용의 차이가 전문가가 용인할 수 있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달 19일 따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식물조사 및 보호대책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풍이 빈번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역시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양양군을 비롯한 찬성 측은 “운영 중 돌풍에 대비해 로프 이탈을 방지하는 로프위치 감지기 등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오색케이블카(761m)보다 경간(지주와 지주 사이의 거리)이 긴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해외 사례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해외 사례는 모두 강풍이 없거나 옆바람이 없는 지형에 해당한다”며 “강풍이 빈번한 설악산에서는 안전 문제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네 번째 쟁점은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설악산 국립공원 내 탐방로 문제다. 국립공원 탐방로는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케이블카 사업이 시행되면 탐방로가 제한되거나 변형될 수밖에 없다. 양양군은 ‘일일 300여명으로 탐방객을 제한하는 탐방 예약제’를 제안했으나, 이는 국립공원공단 측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문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사무국장은 “탐방로 폐쇄, 정상부로 향하는 탐방객 차단 문제, 총량적인 탐방인원 문제 등은 종합적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협의회의 종합 검토 결과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국립생태원에서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말이나 9월 초쯤 케이블카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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