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알터 著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들은 매회 감질 나는 순간에 끝을 맺는다. 분명 이것은 '낚시질'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청자들은 자동으로 이어지는 다음 회를 쉽게 끊지 못한다. 넷플릭스는 찜찜한 마무리를 못견뎌하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미결 중독'을 일으킨다. 마약 중독처럼 건강을 앗아가듯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청자의 여유 시간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시쳇말로 '순삭'이다. 결국 넷플릭스 중독자들은 주말을 드라마 시리즈 몰아보기에 빼앗긴 채 퀭한 눈을 하고 월요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기술은 중독을 낳는다 =새로운 중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약이나 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에 중독된다. 신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인 심리학자 애덤 알터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행위 중독 전성시대'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매혹적이고 잘 설계된 신기술은 마약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몸과 마음에 해가 되는 '행위'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를 '행위중독'이라고 칭한다.
저자는 이 중독행위가 만연하게 된 근원을 추적한다. 아울러 중독 유발에 이용된 과학 지식을 활용해 위험한 중독행위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사실 이 같은 행위중독의 주체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다. 저자는 테크놀로지는 도덕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중의 대량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에 중독요소를 더하는 것을 필수코스로 삼는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상현실(VR), 리얼돌 등의 신기술이 새로운 중독자를 양산할 것임은 자명하다.
저자는 행위중독이 대략 여섯 가지의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고 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오늘날 행위 중독은 적어도 이 여섯 가지 요소 중 하나를 포함한다. 이 같은 행위 중독은 '보람'과 '성취감', '목표의식', '친구에 대한 애착' 등 인간의 미덕을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
◆스마트워치도 중독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보라. 운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웨어러블 기기는 '목표 중독'을 일으킨다. 책에서 소개한 운동 중독 전문가 캐서린 슈라이버는 웨어러블 기기를 혐오하며 "세상에서 가장 해롭고 멍청한 기기"라고 말한다. 수치에 집착하다 보면 자기 몸 상태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 사용자 중에는 매일 1만 걸음을 걷는다는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수치로 표현된 목표는 강박을 낳는다. 목표를 추구하는 데 시간을 쏟느라 성공의 열매를 즐길 여유가 사라지며, 설사 성공하더라도 기쁨은 잠시뿐이다. 자정이 넘으면 하루의 성과는 리셋되고 새로운 목표치가 제시된다.
저자는 이 같은 목표 대신 체계(시스템, system)를 세우고 살라고 말한다. 작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뭔가를 찾는 게 열쇠다. 장기적으로 볼 때 행복하게 해줄 확률을 높이는 뭔가를 찾아서 규칙적으로 하라는 의미다. 저자는 도달할 방법도 마땅찮은 '인스타그램 팔로어 1000명 달성'같은 목표를 세우기보다 매일매일 삶을 채워 주는 소박한 일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개념과도 일치한다.
게임은 또 어떤가. 책에선 '킴 카다시안 : 할리우드'라는 셀러브리티 따라 하기 게임에 500달러를 퍼부은 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사례를 소개한다. 한 여성 전용 블로그의 선임 작가인 이 칼럼니스트는 "말하기도 창피한 중독"이라며 "중독자 치료모임에라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자책한다. 이렇듯 사실 게임의 성공 여부는 사용자를 중독 시키는데 달려 있다. 역경은 중독의 필수 요소다. 게임은 보다 나은 능력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구를 자극한다. 이른바 '향상 중독'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고정 레퍼토리를 보자.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초반 레벨 업을 쉽게 하고 진귀해 보이는 보상 아이템을 마구 선사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즐겨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난도는 급상승한다. 어느 순간부터 앱 내 아이템 구매를 위한 현금 결제를 하지 않고선 극복할 수 없는 난관에 부닥치게 한다. 이른바 '난이도 중독'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강제로 못하게 하는 것도 해법?=행위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재구성해 최대한 유혹에 빠질 요소를 제거하는 '행위 설계'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잠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놔둔다던지 하는 일 말이다. 개인이 아닌 사회나 기업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직장에서 이메일이 도착한 후 열어 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초 정도라고 한다. 다수의 직장인이 이메일을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목표 중독'에 시달린다.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직원들이 휴가 동안 받는 이메일을 자동 삭제되게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휴가 중 수신되는 이메일은 자동 삭제되고, 메일을 보낸 이에게는 "수신자가 휴가 중이니 다른 직원에게 연락하라"는 메일을 전송한다. 따라서 직원은 휴가 기간 중 이메일을 확인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중독에서 벗어나) 올바른 행위를 하게 설득하고 달래고 심지어 강요하기까지 하는 세상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저자는 새로운 기술로 인한 행위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넷플릭스 몰아보기를 끊으려면 드라마의 한 회가 끝나면 이어서 다음회의 앞부분까지 마저 보라고 조언한다. 전편 말미에서 주인공이 절벽에 매달리는 식의 아슬아슬한 순간(클리프 행어)이 다음 회 초반에 해소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2만 원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