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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포토다큐] 사람의 못된 흔적, 쌓이고 쌓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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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흩어져있는 제주도의 바닷가 바위에서 예비부부가 결혼사진을 찍고 있다. 어업에 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가 파도에 밀려와 바위에 부딪히면 작은 알갱이들로 부서져 사방에 눈처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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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쌓인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의 시간과 기억이 무늬처럼 새겨진다. 바다도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다에는 바다의 삶이 아니라 사람의 못된 흔적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들고 나는 파도엔 버려진 플라스틱이 아니라 모래가 밀려들고 밀려나야 한다. 바다 위 새들은 쓰레기가 아닌 물고기를 먹이로 먹어야 한다. 바다 아래에선 물고기와 문어, 낙지 게들이 깡통과 페트병 대신 바위틈과 모래 속에 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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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해마다 2만톤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중 3분의 2는 도내에서 버려진 쓰레기로 추정되고 나머지는 육지나 먼 바다에서 해류를 타고 넘어온다. 지난해에는 1만2000톤의 바다 쓰레기가 수거됐다. 8000톤은 아직 바다에 남아있고, 올 해의 새 쓰레기가 그 위로 또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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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회천동 쓰레기 매립장에는 5만여 톤 분량의 쓰레기가 6만여 개의 흰색 비닐로 압축돼 수년째 쌓여있다. 그마저 일일 수용 능력을 벗어나 처리되지 못한 약 150톤의 쓰레기가 매일 쌓여간다는 뉴스는 그 단위와 규모가 와닿지 않았다. 이번 포토다큐에서는 ‘쓰레기가 바다의 일상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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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서 멀지 않은 바다, 수심 1~10m까지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쓰레기를 쉽게 만난다. 칫솔, 낚싯대, 비료 포대, 술병, 플라스틱 컵과 뚜껑, 페트병과 비닐봉지. 하나같이 유용하게 혹은 습관처럼 쓰이다 버려진 것들이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피해 수영을 한다. 바닷가 현무암은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들로 덮여있다. 한여름에 눈이 내린듯하다. 사람은 바다로 흘러간 이 알갱이들을 삼킨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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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보다 못해 자발적으로 바다 쓰레기를 줍는 자원봉사단체가 생겨났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한주영씨(37)는 지난해(2018년) 봉사단체 ‘세이브제주바다’를 만들었다. 2018년 1월 10일에 열린 첫 모임엔 한씨와 친구 한 명만이 참여했었다. 이 모임은 지금까지 47차례 봉사활동을 했다. 그 사이 회원도 늘었다. 한 달에 서너 번 진행되는 활동에는 도민과 여행객 수십 명이 참여한다. SNS를 통해 매월 일정을 알려주고 참가 신청 없이 당일 현장으로 모이는 식이다. 한씨는 제주 해안도로에 쌓여가는 쓰레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보면서 도청이나 시청의 누군가가 뭔가 해야지 않을까 하다가, 그 누군가가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을 강조하며 말했다. “내가 쓰레기를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치우겠다는 다짐은 돌아서면 또 생기는 쓰레기에 환멸을 느껴 오래 가지 못해요. 스스로 여건이 될 때 ‘한 봉투 분량을 줍겠다, 세 개만 치우겠다’ 같은 작은 약속이면 되요. 작은 실천이 일상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바다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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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용(5) 어린이, 고은경(41) 씨, 이규진(43) 씨(왼쪽부터) 가족이 바닷가 쓰레기를 줍는 ‘세이브제주바다’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족은 8월 3일 이날까지 ‘세이브제주바다’ 활동에 총 4번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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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랜트 아만다(Grant Amanda, 왼쪽) 선생님은 혼자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미리 와 있던 제자들(왼쪽 3명)을 우연히 만났다. 학생들도 각자 참여했다가 모이는 장소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이날 봉사활동엔 총 3명의 외국인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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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제주바다 봉사활동에 6번째 참가라는 현산(9) 어린이가 지난 8월 3일 제주도 동쪽의 한 바닷가 돌 틈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세이브제주바다를 이끌고 있는 한주영 씨는 아이들에게 ‘저건 쓰레기니까 주워!’라고 하는 것보다 ‘쓰레기를 왜 주어야 하는지.’알려주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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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극적인 사건이나 원대한 계획보다는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바다를 대하는 마음. 이런 것도 사실은 작은 일상이고 매일의 가벼운 선택이며 습관이다. 그러나 그 일상이 결국 바다를 망치고 우리는 그 망가진 바다에서 올라온 음식을 먹는다. 습관으로 쓰고 버린 쓰레기는 다시 우리 삶의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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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해수면 가까이에서 하늘을 보면 이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런 맑은 바다가 쓰레기로 덮이는 일상이 점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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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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