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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제2의 ○○○’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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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설렁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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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피해자의 이름이나 그들을 지칭하는 표현을 따 국회나 정부가 내놓는 ‘네이밍 법안’과 ‘네이밍 대책’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반화됐다. 송파세모녀법·신해철법·윤창호법·김용균법·임세원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어려운 표현 대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름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켜 공감대를 확산하고 그만큼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하지만 ‘제2의 ○○○’이 법과 대책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이름을 빌려준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7월31일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북한이탈주민인 어머니 한아무개(42)씨와 아들 김아무개(6)군이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8월13일 뒤늦게 알려졌다.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뒤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달 동안 아무도 모르다 수도검침원이 이상한 냄새를 맡고 관리사무소에 알려 그들의 죽음이 드러났다. 집에서 음식이 발견되지 않아 굶주림 때문에 사망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지만 정확한 원인은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한씨는 16만4천원의 월세가 16개월이나 밀렸고(보증금에서 차감), 전기요금도 그만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4년 2월 생활고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복지제도가 복잡하다보니 이를 알지 못하는 빈곤 가정을 발굴하겠다는 뜻이었다. 대표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월세가 3개월 이상 밀리거나 전기요금이 밀리면 담당 기관은 복지부에 이를 알리고, 관할 주민센터는 상담과 조사를 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복지 안전망은 한씨와 아들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정부는 월세 체납 정보를 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매입임대 세 가지 유형에서만 수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씨가 살던 아파트는 ‘재개발임대’ 유형이었다. 전기요금도 아파트 관리비와 함께 내 한국전력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월14일에는 강원도 속초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22살 청년이 있었다. 지난해 말 ‘제2의 김용균’을 막자고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됐지만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는 계속된다. 지난 4월에도 경기도 수원 신축 건설 현장에서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5층 높이에 있던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졌다.

언제까지 사람이 죽고 나서 대책을 만들고 보완하는 비극이 되풀이돼야 할까. 이름을 빌려준 이들의 마음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안아야 할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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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휴대전화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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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입을 옷을 사러 갔다. A와 B 가게에서 옷을 샀다. 페이스북에는 내가 산 옷 브랜드 A의 광고가 떴다. 몇 번을 클릭하자 옷 광고가 나의 디폴트(초기 설정) 광고들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뒤 B 가게의 광고가 떴다. 내가 산 브랜드가 광고를 많이 하는 곳일 것이다, 그냥 우연일 것이다, 생각했다. 그때 내가 옷을 샀던 것도 세일인데다 매장도 컸기 때문이므로. 취미 생활인 ‘비딩’(주식이 아니라 구슬 꿰기) 용품을 인터넷으로 사고 핀터레스트로 사진을 수집하곤 했다. 어느 날 영어권 쇼핑몰에서 딱 집어 ‘비딩’을 내 타임라인에서 광고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일화가 생각났다. 부부가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았어도 도청할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실험을 했다.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둘은 고양이 이야기를 휴대전화 들으라고 수시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짜잔, 인터넷 사이트 광고에 고양이 사료와 고양이 놀이기구 등이 뜨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아이폰의 ‘시리’나 삼성폰의 ‘빅스비’, 구글이 눈을 감은 채 안 듣는 척하는 고양이 같다고 믿는다. 잠긴 상태에서 부르면 깨어나니 계속 듣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전원이 꺼진 컴퓨터를 켜고 개인 정보를 캐고 내장 카메라로 녹화하는 기술이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리즈 ‘닥치고 춤춰라’를 통해 선보이기도 한다.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 스캔들 이후 아무도 정보기술 회사를 믿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쪽 정치 컨설턴트가 있던 이 회사에 8700만 명의 이용자 개인정보를 건넸다.

8월14일 미국 <블룸버그> 뉴스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음성 녹음을 글자로 옮겨 적었다고 보도했다. 일자리를 잃을까봐 익명으로 고발한 직원들은 이 작업을 위해 고용된 직원이 수백 명에 이른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부정하지 않고 일주일 전에 음성 대화 녹음을 멈췄으며, 글자로 옮기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했는지 대조해본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이미 자동으로 음성을 글자로 받아적는 기술이 ‘완성’됐다는 것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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