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지평선] 에베레스트 입산 통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등반가 니르말 푸르자가 22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등반객들로 심각한 정체를 보이고 있는 에베레스트 포토아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의사 에드 도링은 에베레스트(8,848m) 등반이 일생일대의 꿈이었다. 지난 5월 말 그는 꿈을 이뤘지만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죽음의 영역’이라 불리는 해발 8,000m 넘는 능선에 등반가들이 줄지어 서서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시신을 곁에 두고 산을 오르내려야 했고, 고작 탁구대 2개 넓이의 정상에서는 20명 가까운 사람이 셀피를 찍기 위해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무서운 광경”이었고 “마치 동물원 같았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연중 봄철, 그중에서도 5월이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올해 이 시즌 등반 도중 숨진 사람은 10명을 넘었다고 한다. 2015년 눈사태로 10명이 숨진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 간 최악의 기록이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기상 악화가 중요한 원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알선하는 관광회사가 난립해 등반을 부추기는데다, 등산 초보까지 세계 최고봉이라는 이름에 끌려 무분별한 도전을 일삼은 결과다. 에베레스트 도전 등반가 중 아이젠 착용법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증언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 마지막 캠프는 7,900m 지점에 있다. 여기서부터 짐을 최소로 줄이고 각자 산소 봄베(bombe)를 진 당일치기 정상 공격이 시작된다. 산소 봄베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상 좋은 날을 골라 새벽에 출발해 날 저물기 전에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위험천만하고 더디기만한 등산로에 줄지어 사람이 서 있고, 서투른 등반가가 고산병으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행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많은 등반가가 돈벌이에 급급해 입산 단속에 소홀한 네팔 당국을 비난해 왔다. 네팔 정부가 이를 수용해 향후 에베레스트 등반에는 6,500m 고봉 경험을 갖추고 신체검사를 받도록 등반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입산료도 한 명당 1만1,000달러(1,300만원)에서 3만5,000달러(4,200만원)로 3배 넘게 올린다. 에베레스트는 1865년 최고봉을 확인한 영국 측량사 이름을 딴 것이지만 그보다 훨씬 전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하늘의 여신)’로, 티벳에서 ‘초모랑마(성스러운 어머니)’라고 불러왔다. 등반자들의 귀중한 생명을 위해서라도 에베레스트가 영산(靈山)으로 남기를 바란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