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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R의 공포’ 번지나… 국내 장단기 금리차도 11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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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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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역전으로 세계 경제에 이른바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16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권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지며 경기침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054%포인트 떨어진 1.095%로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고채는 0.059%포인트 하락해 연 1.172%를 기록했다. 모두 지난 13~14일 각각 세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불과 0.077%포인트까지 좁혀져, 2008년 8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이 됐다.

통상 장기 채권은 단기보다 금리가 높다. 먼 미래의 경기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할 경우, 오히려 장기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단기 국채와 금리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장단기 국채 금리차 축소나 역전은 경기 침체를 수개월 앞서 예고하는 신호로 평가되기도 한다.

앞선 14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자 유럽과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15일 아시아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ㆍ중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하락과 역전이 미국뿐만 아니라 상당수 국가들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른바 R의 공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반드시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역전에는 과거와 다른 변수들이 있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채를 2조달러어치 매입해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고, 최근 1년 반 동안 진행한 자산 긴축(매입한 국채 매각)에서도 상대적으로 단기물의 상환 비중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차이)가 과거에 비해 인위적으로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시점도 종전 사례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공공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투자가 살아난다면 경기 확장기의 연장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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