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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도 ‘마음의 시련’까지는 겪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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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의 삶

경향신문

로리 고틀립의

<메이비 유 슈드 토크 투 섬원

(Maybe You Should Talk to Someone)>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겨운 순간들을 겪는다. 심리치료사는 삶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들을 더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소중한 사람과 이별할 때, 내가 혹은 가족이 병을 앓을 때, 사회적 관계망에서 지치고 힘들 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몸과 마음이 한없이 내려앉아 무기력해질 때.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앞에서 우리는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줄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

‘Maybe You Should Talk to Someone’은 칼럼니스트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리 고틀립(Lori Gottlieb)이 최근 출간한 책 제목이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오프라매거진 등 여러 언론에 화제의 책으로 소개되었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는 등 큰 주목을 받았는데 그만큼 현대인들의 피로감이 느껴진다. 고틀립은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애틀랜틱, 타임, 피플 등에 기고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났던 내담자들과의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도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풀어 놓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자아도취적인 중년의 할리우드 프로듀서 존, 신혼여행 직후 암선고를 받은 서른세 살의 대학교수 줄리, 스스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절망의 늪에 빠진 일흔 살의 리타, 소모적인 연애를 끊지 못하고 인생이 지루하기만 한 스물다섯 살의 샬롯. 고틀립을 찾아온 4명의 내담자들이다.

긴장감 넘치는 첫 만남, 만남이 지속될수록 더해지는 솔직함에 점점 단단해지는 고틀립과 내담자들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눈물과 웃음이 쉼없이 교차한다. 존은 내내 무관심과 무례함을 보이다가 마지막 미팅에서 가장 숨기고 싶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비로소 평온함을 맞이한다. 줄리는 자신이 고통받는 것만큼 남편도 고통을 겪고 있음을 깨닫고 생의 남은 시간 동안 혼자 남을 남편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한 방법을 찾기로 한다. 젊은 시절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 자녀들을 지켜주지 못해 깊은 죄책감과 혼자 남겨진 외로움에 시달리던 리타는 뒤늦게 가족들의 사랑을 되찾는다.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샬롯은 어린 시절의 그늘을 내려놓고 불안한 자신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경향신문

고틀립은 앞으로 남은 삶을 함께할 줄 알았던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직후에도 상담을 진행해야 했다. 고틀립은 자신의 심리치료사를 찾아 내담자로서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을 찾아온 네 사람의 인생을, 자신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을까.

살면서 피할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pain) 때문에 마음의 시련(suffering)을 너무 깊게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작가는 우리들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아닐까.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 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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