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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화제의 책]한국형 위계구조 속 정치·시장 권력 장악한 386세대, ‘2차 희생’으로 불평등 혁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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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 361쪽 | 1만7000원

경향신문

올해 초 학술지 ‘한국사회학’에 발표된 논문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는 화제를 모았다. 3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정치·시장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 그 속에서 세대 간 불평등이 어떻게 확대됐는지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한 386세대를 비판적으로 다룬 논문은 다양한 시선으로 읽혔다.

<불평등의 세대>는 이철승 서강대 교수(사회학)가 자신의 이 논문을 기본으로 관련 논의를 더 확장시켜 세대 간과 세대 내 불평등, 불평등의 재생산 구조, 해결방안 등을 살펴보는 책이다.

불평등 문제는 일반적으로 ‘계급’ 틀로 분석되지만 저자는 “불평등의 결과와 함께 불평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위해 ‘세대’라는 렌즈를 들이댄다.

이 교수는 세 세대를 불러낸다. ‘산업화세대’와 ‘386세대’, ‘청년세대’다. 각각 1930년대, 1960년대, 1990년대 출생 세대다. 물론 핵심은 각 부문의 권력을 장악한 386세대다.

저자에 따르면, 386세대는 산업화세대가 경제성장을 통해 창출해낸 풍성한 일자리와 일자리를 통한 복지모델의 수혜를 받았다. 민주화를 이뤄내고 한국 경제를 세계화 시대에 적응시킨 386세대는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고위직 장악률, 질 좋은 상층 노동시장 점유율, 최장의 근속연수, 최고 수준의 임금과 소득점유율 등을 보인다. 하지만 386세대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구조의 실천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저버리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책은 386세대 비판으로도 읽히지만, 세대라는 틀을 통해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위계구조 분석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유혹적인 부제에서 ‘누가’를 ‘무엇이’로 바꿔 읽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저자는 “한국형 위계구조의 물질적 기초이자 뼈대는 ‘연차에 비례한 자동적인 임금 상승’을 보장하는 ‘연공제’ ”라며 이는 노동시장 내부자와 외부자(비정규직·실업자)의 격차 심화와 청년세대 일자리 난, 기업조직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불평등 재생산 구조인 한국형 위계구조의 개혁, 위계구조의 최대 피해자인 청년세대의 일자리·소득 확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의 핵심은 민주화 투쟁이라는 희생에 이은 386세대의 “2차 희생”이다.

강력한 임금피크제와 더불어 “나를 포함한 20%의 대기업·공공부문·전문직 상층의 정규직은 임금 상승 포기는 물론 임금 일부를 청년 고용을 위해 내놓는 ‘신규고용협약’ ”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공무원 집단”의 ‘나눔과 배려’, “연공제에서 ‘직무제’로의 전환”, 청년세대 주거권 보장을 위한 법제화 등도 언급한다.

386세대들은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부문의 불평등 확대·심화는 분명한 사실이다. “당신들의 자식인 청년세대가 살아갈 사회가 불평등으로 찌든 곳이면 좋겠는가”라는 물음을 되새기는 이유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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