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평통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일본에 당한 수모를 씻기 위한 대책이 없는 말재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평통이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을 담은 실질적 내용이 없는 경축사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한편 미국과의 실무회담을 앞두고 남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담화는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평화경제’ 구상에 “남조선 당국자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할 노릇”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과 최근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궤멸시키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 뒤 “남조선 당국이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조미(북·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 담화에 대해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는 무례한 행위”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남 비난 담화가 나온 지 2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8시쯤 북한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지난 10일 이후 엿새 만이자 올 들어 8번째 발사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이주영·정희완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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