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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기대했던 ‘경협’ 빠진 경축사에 실망…막말 담화·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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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문 대통령 경축사 하루 만에 이례적 담화·미사일 발사



경향신문

북한이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한 16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역사 안 대형 TV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앞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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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사훈련 불만에 더해 ‘평화경제’ 원론적 메시지에 실망

“군사연습하면서 대화 말하나”…남북 교착상태 장기화 우려

군사분계선서 50㎞ 떨어진 통천에서 발사…대남 압박 강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온 지 만 하루도 안된 16일 오전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문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성 비난을 쏟아내고 미사일 발사로 무력시위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측의 대남 비난과 발사체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불만에 더해 문 대통령의 경축사 메시지에 대한 실망,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대남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선 북·미, 후 남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남북관계 교착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등 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공식 대남 기구인 조평통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매우 이례적이며 비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의 군비 증강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설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우려스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 조평통 담화는 남측의 ‘책임 돌리기’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 이행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이라는 담화문 내용에서도 북한 측 생각이 읽힌다. 북한이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추가 발사한 것 역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다.

이날 발사체는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등 북한이 최근 발사한 ‘3종 신형 무기’와 유사한 종류로 추정된다. 발사가 이뤄진 강원도 통천군 일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50여㎞ 떨어진 곳으로, 북한이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조평통은 문 대통령이 설파한 ‘평화경제’에 대해서도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고 반박했다.

한·미 연합훈련 등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평통 담화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문 대통령 메시지가 원론적 수준에 그친 데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다. 조평통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며 “허무한 경축사, 정신구호의 나열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하다”고 비꼬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실질적인 메시지를 기대했는데 평화경제라는 원론적 이야기만 나오니 실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남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남측이 제재완화나 체제안전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입장을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조평통 담화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뚜렷해진 ‘선 북·미, 후 남북’ 대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조평통은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는 미련은 접으라”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존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북·미 대화 견인’ 입장에서 정반대로 북·미관계가 선행돼야 남북대화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한·미 연합훈련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남북대화는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반박한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장기적으로 미국과는 잘 지내고 남측과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우선은 미국에 집중하고 나중에 풀리면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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