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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귀농 4년 만에 연구하는 농부로 변신… 고추 하나로 3억 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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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상주에 귀농한 김주완씨

조선일보

지난 7일 경북 상주시 함창읍 신흥리 '상주고추연구소' 하우스에서 농장주 김주완(55)씨가 수확한 고추를 가득 안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국적 추세와는 반대로, 상주를 찾는 귀농귀촌인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시는 교육프로그램 등 귀농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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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 고추 달린 거 보래이. 우예하면 이렇게 잘 자라는교?"

지난 8일 오후 경북 상주시 함창읍 신흥리 한 들녘. 외지에 견학 온 농민들이 넓은 논, 밭 가운데 세워진 시설하우스에 모여 탄성을 질렀다. 630평(2080㎡) 시설하우스 세 동에는 높이 3~4m의 고추 3000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외부 온도보다 3~4도 높았지만 습기가 없어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다. 고추 한 그루마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무성한 고춧잎 사이에 달린 고추는 600~700여개. 비 가림막이 없는 노지(露地) 고추와 비교하면 약 7배 많은 양이다. 한 농민은 "40년 동안 고추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이렇게 수확량이 많은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곳 고추 시설하우스의 주인공은 2015년 2월 귀농한 김주완(55)씨다. 30년 전,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김씨는 전공을 살려 건설현장 감리담당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14년 전국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던 중 상주 들녘을 보고 난 뒤부터 평소 꿈꿔온 귀농지로 상주를 선택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대전과 대구 등 대도시와도 1시간 반 이내 거리에다 땅값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귀농 결심에 가족 중에서도 어머니(83)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고 한다. "편하게 살라고, 대도시 학교 보냈더니 고생만 죽도록 하는 농사를 왜 사서 하느냐"고.

트랙터도 운전할 줄 몰랐던 김씨. 상주에 정착한 지 3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벼, 양파, 감자 등의 농사를 하나씩 터득했다. 특히 김씨가 공을 들인 작물은 고추였다. 노동집약적이지만 기후나 병충해로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작물이기에 공부가 더욱 필요했다. 지금까지 농업교육 이수(1610시간)를 비롯해 상주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반 수료(102시간), 상주농업대학 마케팅과정 및 채소반 과정(216시간), 과학영농(친환경) 수료 등을 거친 김씨는 이제 연구하는 농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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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추 재배로 대부분 친환경농법을 사용한다. 지하 218m 깊이에서 나온 물을 더 작은 입자의 전자활성수로 만들어 물을 준다. 여기에 농약을 쓰지 않고 혼합균을 섞어 병충해를 방지하고 있다. 덕분에 김씨가 재배한 고추는 당도가 높고 과육도 두꺼워 한 근(600g)당 시중가보다 7000원 비싸게 팔린다. 지난해 고추 3000그루를 심어 4650근을 수확해 약 1억원을 벌었다.

작황이 좋은 올해에는 2만근 이상 수확해 인건비와 묘종비용 등에 들어간 2500만원을 빼고 3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전량 지인을 통하거나 밴드, 블로그로 판매된다. 그는 최근 농장 이름도 '상주고추연구소'로 지었다. 고추 주산지인 영양, 안동, 예천에서 영농인들도 이곳으로 모여든다.

빛을 본 건 지난해부터다. 하루 4시간만 자고 대부분 농장에서 지낼 정도로 영농연구에 힘썼다. 그는 "연구하는 농부의 농작물은 맛이 다르다"며 "앞으로 고추 한 그루당 국내 최고인 800개보다 많은 1400개를 거둘 수 있는 다수확 고추 영농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제 경험상으론 귀농귀촌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막연한 장밋빛 그림만 보고 쉽게 접근하면 큰일 납니다. 토지 매입부터 작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농사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아예 농업기술센터와 결혼을 한다는 각오로 와야죠." 예비 귀농귀촌인들에 전하는 김씨의 조언이다.

귀농귀촌 늘어나는 상주

지난해 상주시에 정착한 귀농귀촌인은 1377세대 1728명이다. 재작년에는 1283세대 1698명이 상주시민이 됐다. 전국적으로 귀농귀촌인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상주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북지역에선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국 4위권이다.

상주는 우수한 농업여건이 갖춰져 있다. 서울 2배가량의 면적에 백두대간과 낙동강이 접하는 산지, 평야가 골고루 어우러져 과수농사, 밭농사 등 농업을 하기에 적합하다. 감, 포도를 비롯한 과수농사나 오이, 토마토, 딸기 같은 시설원예농사 등 논밭농사가 전국 1위를 차지하거나 상위권에 들고 있다.

귀농귀촌인 선배들이 많으니 새로 온 사람들도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 상주는 귀농귀촌인구가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869세대 1만421명이 상주에 정착했다. 이젠 귀농귀촌인들로 이뤄진 전원마을도 생겼다. 마을마다 먼저 안착한 귀농인을 쉽게 찾을 수 있어 후배들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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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직접 재배한 고추들. 올해는 작황이 좋아 2만근 이상 수확될 전망이다. /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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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시는 2010년부터 도시민농촌유치지원사업을 통해 공동체귀농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귀농귀촌인들과 지역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공동체 귀농학교, 시골에서 목공, 용접, 집수리 등의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농촌생활기술학교, 귀농귀촌인들의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귀농인 사랑방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귀농 농업창업, 주택구입지원사업, 농가주택개량지원사업 등을 통해 농경지나 주거기초시설을 장기저리융자로 마련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상담·지원하고 있다. 농기계나 영농기반시설을 마련하고 확장하고자 할 때 귀농인 영농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전국 최초로 농가주택수리비 지원사업을 비롯해 농가주택을 임대해 살 때 1년 후 주거료를 지원해주는 주거임대료 지원사업은 효과가 좋아 다른 시·군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내년엔 상주행 귀농귀촌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귀농귀촌교육과 서울시와 상주시간 도농교류를 전담하는 '상주 서울농장'이 올해 말 문을 연다. 또 내년에 전국 처음으로 시범 조성되는 귀농귀촌형 공공임대주택단지, 청년창농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상주농업의 미래를 견인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보금자리주거단지 등이 본모습을 갖춘다.

황천모 상주시장은 "귀농귀촌인들은 상주 미래의 큰 자산"이라며 "항상 열려 있는 상담과 지원을 통해 귀농귀촌인들을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상주=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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