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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LG 파주·삼성 아산, 디스플레이 라인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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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드라마틱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수준까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3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LCD 생산을 줄이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LCD 라인 폐쇄, 구조조정과 같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안에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일부 LCD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큰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LCD 시장을 장악했고,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오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공급이 끊길 위험성이 높아졌다.

◇급락하는 LCD 가격에 만들수록 손해

중국은 지난 몇 년간 LCD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뺏고 있다. 중국 정부는 BOE· CSOT 등 자국 업체가 공장을 지을 때 50%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중국 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LCD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2017년 3분기 이후 중국의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에도 시장 점유율 25%(출하량 기준)를 차지해, LG디스플레이(19%)와 삼성디스플레이(7%)를 제쳤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올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형 LCD 패널 부분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비즈


중국 업체들이 저가 LCD를 쏟아내면서 LCD 패널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43인치 LCD패널 가격은 77달러로, 전년 동기(84달러)에 비해 8.4% 하락했다. 작년 1월(106달러)보다 27% 떨어졌다. 제품 단가 급락으로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 않는 단계가 된 것이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3687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애플과 소송을 통해 받은 보상금(약 9000억원)을 제외하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일본발(發) 소재 공급 부족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이 이미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말고도 섀도마스크(FMM·파인메탈마스크)를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플랙서블 OLED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섀도마스크를 일본의 DNP 등에서 100% 들여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진 LCD의 출구 전략을 짜야 하고, 일본산 소재의 다변화도 마련해야 하는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했다.

◇LCD 대신 OLED에 사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우선 LCD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의 8.5세대 LCD 2개 라인의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라인 폐쇄도 고려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LCD 생산라인 일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작년 3분기에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다시 인력을 감축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양사가 일부 LCD 생산 라인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며 "혹독한 구조조정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인 대형 OLED로 사업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조원을 추가 투자해 OLED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준공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도 본격 가동해 올해 380만장의 OLED 패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색 재현력이 뛰어난 '퀀텀닷(QD) OLED' 기술 개발을 끝내고, 조만간 생산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뒤집기 위해 기존보다 생산비가 적게 드는 '잉크젯(OLED 용액을 분사해 화면을 만드는 방식) OLED'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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