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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달부터 독도에서 누구나 편지 보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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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우체통 설치 나선 임시춘 아이엠커뮤니케이션 대표 인터뷰
한국일보

임시춘 아이엠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독도우체통’에 숨겨진 디자인의 비밀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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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땅인 독도에서도 누구나 편지를 자유롭게 보낼 순 있어야죠.”

순전히 애국심에서 뛰어든 것으로 보였다. 계산기만 두들겨선 수지타산을 맞추긴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란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의 경색된 관계를 고려하면 더했다. 우리나라 최동단 섬이자, 천연기념물 제336호인 독도에 우체통을 디자인한 임시춘(46) 아이엠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전한 소감은 그랬다. 지난 14일 경북 안동시 정상동 아이엠커뮤니케이션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최근 자주 거래하던 광고업체로부터 경북지방우정청의 독도우체통 설치 사업 제안을 전해 듣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승낙했다”며 독도우체통 디자인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의치 않았던 독도의 우편 왕래 환경을 전해 듣고서다.

현재 독도경비대 막사 옆에 위치한 우체통은 사실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엔 접근성이 떨어진 게 현실이다. 이를 눈 여겨 본 경북지방우정청은 독도우체통 활성화에 주목했고 수소문 끝에 임 대표 섭외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임 대표를 만나기까지, 독도우체통의 재탄생은 쉽지 않았다. 경북지방우정청에서 독도우체통 설치를 여러 곳에 제안했지만 적은 예산으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난항을 거듭했던 독도우체통의 새로운 인큐베이터가 임 대표에게 맡겨진 이후, 잉태 과정엔 가속도도 붙었다.

덕분에 이르면 이달 하순부터 독도 관광객들도 현지에서 편지나 엽서 등을 부칠 수 있게 됐다. 기상 상태로 다소 늦어졌지만 이달 20일 접근성이 용이한 독도 동도 선착장 주변에 새 독도우체통이 자리할 예정이다. 임 대표가 독도우체통의 새 단장에 나선 지난 5월 이후 약 100일 만이다. 우편물은 매일 가장 마지막에 접안 하는 독도여객선 편으로 울릉우체국에 전달, 전국으로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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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20일 독도 선착장 부근에 설치될 독도우체통.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얼핏 보면, 새롭게 선보인 독도우체통이 기존 우체통과 비슷하지만 곳곳엔 세심한 노력이 숨겨져 있다. 우선, 우체통이 설치될 장소를 고려해야 했다. 임 대표는 “부두를 집어 삼킬 만큼, 파고가 높고 동물의 배설물 등의 오염 우려도 확인해야 했다”면서 “최대한 원형이 잘 보존되도록 디자인해야 했다”며 지난 5월 당시, 독도 현장 답사 이후 그렸던 머리 속 구상을 이렇게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새 독도우체통 디자인 설계의 핵심은 내구성으로 모아졌다. 그는 고심 끝에 가로 60㎝, 세로 36㎝, 높이 120㎝에 붉은 색으로 칠한 철제 우편함을 검은색 흑요암 받침대와 결합시켰다. 재질 또한 특별했다. 염분과 폭풍우, 거센 파도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일반 우편함의 4배 두께인 8㎜ 스테인리스 강철판으로 무장, 새 독도우체통의 몸집을 300㎏으로 늘린 배경이다. 방수에 필수적인 뚜껑은 기본으로 탑재됐다. 도료도 일반 페인트가 아닌 우레탄을 사용했다. 100년이 지나도 새 독도우체통은 멀쩡할 것이라고 자신한 임 대표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가공으로 소화할 수 있는 최대 두께가 8㎜였다”며 “뒷면 아래 양 끝에 지름 1㎝ 구멍을 2개씩 모두 4개를 뚫어 물이 차더라도 빠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귀띔했다.

디자인엔 현장감이 반영됐다. 상부 우편함엔 갈매기와 우표 문양을, 받침대인 흑요암엔 일제의 남획으로 사라진 강치와 독도새우를 새겼다. 울릉우체국과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 관계자들과의 면담 끝에 얻어낸 영감에서다. 임 대표는 제작 준비에만 두 달 이상 걸린 노력 끝에 관계 기관으로부터 ‘오케이’ 사인도 받아냈다. 독도는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336호)이어서 안내판 하나를 설치할 때도 문화재청의 승인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간 만큼, 새 얼굴로 단장된 독도우체통의 의미가 다시 각인됐으면 하는 게 임 대표의 바람이다. “단지 우체통 하나일 수도 있지만, 이리저리 고심 끝에 생각한 도안만 노트 한 권입니다. 갈매기와 강치 등 독도의 상징을 최대한 담아낸 우체통에서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란 사실이 재확인됐으면 좋겠습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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