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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체감안전 딴판…경찰 "역대 최고" vs 행안부 "더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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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반기 체감안전도 74.5점, 조사 이래 최고"

범죄안전도 80점↑…"경찰 인력 증원 노력" 자평

반면 행안부 발표 범죄 체감 수준은 전기比 악화

경찰, "선생님 지역에선" 질문 후 평균 내는 방식

언론자료에선 지역별 조사 평균 낸 사실 안 밝혀

전문가들 조사 방식 지적…"타당도 떨어져 보여"

뉴시스

【진주=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4월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을 벌인 안인득(42)씨가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19.04.19. c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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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고가혜 기자 = 경찰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내놓은 올 상반기 체감안전도 평가 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결과는 행정안전부(행안부)에서 발표한 안전체감도 조사 결과와 정반대여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9년 상반기 체감안전도가 100점 만점에 74.5점으로 2011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또 같은 기간 범죄안전도는 처음으로 80점을 넘어섰다면서 "경찰 인력을 증원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이 결과는 같은날 행안부에서 발표한 안전체감도 조사와는 상반된 방향성을 보인 것이여서 의구심을 낳고 있다.

행안부가 반기별 조사후 발표한 일반국민의 사회전반 안전체감도는 5점 만점에 2.65점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0.09점 하락했다. 이는 2017년 상반기 2.64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경찰 업무와 밀접한 범죄 분야 점수는 일반 국민 기준 2.47점으로 전기 2.52점보다 하락했고, 같은 기간 성폭력 분야 점수는 2.33점에서 2.26점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찰과 행안부 조사 결과가 상반되자 경찰이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든다.

먼저 지난 4월 안인득 사건을 비롯해 이후에도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비롯한 여러 강력·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음을 고려하면 경찰 조사 결과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40대 여성 김모씨는 "최근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보면 치안이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범죄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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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에 사는 70대 김모씨는 "시골 동네에서 살아 범죄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체감안전도가 좋아졌다는 조사 결과는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행안부가 진행한 것과 차이가 생긴 이유를 평가 범위와 접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행안부가 진행한 평가가 사회의 전반적 안전을 묻는 일종의 거시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경찰은 각 지역별 거주민들이 느끼는 안전 수준을 취합하는 미시 차원의 평가 방식을 취해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상반기 체감안전도 조사를 1월9일~6월15일 국민 2만55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설문해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조사는 경찰과 외부업체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전국 각 지역을 경찰서 단위로 나눠 "귀하가 사는 지역에서"라는 식의 전제를 달아 응답자가 거주 지역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하는 방식으로 질문이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경찰 설문 문항들은 범죄안전, 교통사고안전, 법질서준수, 전반적 안전도, 경찰의 노력수준, 우범지역 범죄예방 순찰활동, 범죄취약장소 등을 문의하면서도 그 판단 범위를 '응답자가 생활하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역별 점수를 평균을 낸 결과인데, 경찰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이 같은 질문이나 조사 방식은 밝히지 않고 평균 점수만 공개하며 "체감안전도가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전인수격 조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체감안전도 지표를 보면 지역별로 편차가 아무래도 크다. 대부분 사건은 중소도시나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시골 등의 지표는 의미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지역별 반응을 받아 취합하는 식의 평가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한국은 외국에 비해 안전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좀 더 정확한 안전도를 뽑아내려면 거주인원별, 상대적 강력범죄 발생빈도 체감 정도를 좀 더 구분해서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이번 경찰청 체감안전도 조사는 사회과학적으로 봤을 때 타당도가 떨어져 보인다"며 "동일 인물을 상대로 종단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서 표본의 수도 대상도 달라지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도가 높아진 원인에 대해서도 독립변수를 두고 유의미한 영향을 줬는지를 제대로 측정해서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설명이 막연해 보인다"면서 "경찰청과 행안부가 서로 다른 범위와 질문으로 조사를 하면서 진단에 차이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s.won@newsis.com,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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