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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유재수 감찰무마·명예훼손…'피고발인' 조국, 檢은 수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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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당시 감찰무마 의혹, 6개월째 제자리
‘이영훈 명예훼손’ 사건은 배당 후 기록 검토중
회의적 반응 많은데…"적극적 수사해야" 의견도

조선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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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무마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 2월 고발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고발인 조사는 마무리됐지만, 피고발인에 조사와 관련해서는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조 후보자는 이영훈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저서를 비판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이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자를 고발한 것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다. 김 전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당시 부장 주진우)는 지난 4월 민간인 사찰 의혹 등에 대해 조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했다.

남은 혐의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며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하던 2017년 당시 직무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 부시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업체 중 한 곳은 자격 미달 논란이 있었지만 420억원 상당의 성장사다리펀드 운용회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시장은 2017년 8월 청와대 특감반 감찰을 받은 뒤 건강 악화를 이유로 휴직하며 사표를 냈다. 작년 4월 더불어민주당 몫의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작년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 부시장은 2004년~2006년 노무현 청와대 1부속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이호철 전 민정수석 밑에서 일했으며 일부 친문(親文)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고발 이후 여섯 달이 넘었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유 부시장 관련 사안으로 조 후보자에게) 서면 조사나 소환 통보는 아직 안 했다"며 "유 부시장의 비위가 사실인지부터 확인하고 조 후보자의 감찰 무마 의혹을 차근차근 수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前) 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느라 (조 후보자 사건이) 늦어진 것 같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이영훈 전 서울대 명예교수를 ‘친일파’라 비판한 혐의로도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성상헌)는 최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조 후보자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에 피고발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검찰청법 8조)’다.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도 법무부 장관이 쥐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아있지만, 검사들 입장에서는 지휘·인사권을 가진 ‘예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해야하는 입장이다. 대검 검찰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일선에서 수사하는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정수석 시절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이, 직접 자신들의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추상(秋霜)같이 서슬 퍼런 법무부 장관이 될 사람을 제대로 수사할 리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前), 전전(前前) 정권을 수사한 사람들은 승진했지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現) 정권에 칼을 겨눈 사람들은 좌천당한 지난 인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상황일 수록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 검찰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할 수록, 여야(與野)로부터 잡음이 생기지 않게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결국 조 후보자도 털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고위층에게) 주로 하던 서면 조사, 호텔방 조사, 방문 조사 등 소극적 수사에서 벗어나 (조 후보자를) 검사실에 불러 의자에 앉혀 놓고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피고발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람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재경지검의 한 ‘공안통’ 검사는 "피고발인이 법무부 장관이 된 사례는 기억 나지 않는다"며 "장관에 취임해도 수사와 관련된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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