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20%이상 더 내리면 손실 우려…전문가들 "가능성은 작아"
'시위대 점거' 홍콩 공항(CG) |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임미나 기자 = 홍콩 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하고 중국 당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면서 홍콩 관련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둔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절반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여서 한층 더 관심이 쏠린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중복 합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2조1천86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ELS 발행액(47조6천585억원) 가운데 67.5%를 차지했다.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ELS는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35조3천59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H지수 연계 ELS의 월별 발행액은 지난해 12월 1조5천528억원 수준에서 올해 1월 2조4천333억원, 2월 3조1천932억원으로 뛰었고 H지수가 상승세를 타던 3월과 4월에는 각각 6조8천121억원, 7조5천3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수가 내림세였던 5월에도 7조1천205억원어치가 발행됐고 6월에도 5조943억원으로 발행 금액이 적지 않았다. 7월에도 5조5천383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에 따라 7월 말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5천999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금액 |
ELS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최근 H지수 하락에 따라 관련 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H지수는 지난 16일(종가 기준) 현재 9,981.12를 기록해 이전 고점인 4월 17일의 11,848.98에 비해 15.8% 내린 상태다. 이 고점 수준에서 ELS에 투자한 경우 지수가 7,7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ELS 상품 대부분의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 knock-in)은 발행 시점 지수 대비 35~50%가량 하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증시 전문가들은 H지수가 현 수준에서 20% 이상 더 내릴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8월 13일 현재 H지수는 9,847포인트로, 작년 말 대비 2.7% 하락한 수준이어서 이 지수 연계 ELS의 손실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DS(Derivatives Solution)부 팀장도 "지수 조정으로 인해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아직은 손실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지수형 ELS 상품의 H지수 쏠림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H지수는 다른 해외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커 증권사들이 관련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에 좋기 때문에 ELS의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비중이 높다.
앞서 2015년 하반기에도 H지수의 하락으로 관련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과 쏠림 현상이 지적되면서 업계의 자율 합의를 통해 H지수 편입 ELS 발행이 한동안 중단된 적이 있다.
그러나 증권사 간 상품 수익률 경쟁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H지수 편입 ELS 발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ELS는 연 4∼6%가량의 수익을 내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어 업계 내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은행 창구 등을 통해 금융 지식이 적은 신규 고객이나 고령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되는 경우도 있어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감원은 조만간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홍콩시장 변동과 H지수의 급락 가능성 등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해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당부할 계획이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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