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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공정위장 후보 조성욱, 예탁원·마사회 사외이사…과거엔 "공기업 낙하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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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각 올해 4월, 6월부터 예탁결제원과 한국마사회 사외이사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과거 저술에서 ‘캠프 출신’ 등 정치권 출신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차지하는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권 핵심인사들과 오랫동안 교류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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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4월과 6월 각각 예탁결제원과 한국마사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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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지난 4월에 예탁결제원 사외이사, 6월에 한국마사회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현재 예탁결제원 사외이사는 4명인데, 정치권이나 감독 기관 출신인 공익부문 사외이사 2명과 금융투자업계 출신인 주주(株主) 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올해 4월까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고,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의 나머지 공익 부문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0월 선임된 박대해 전 국회의원(부산 연제구·한나라당)이다.

한국마사회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을 지낸 뒤 지난 대선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현재 비상임이사(사외이사) 가운데 황우성 전 개혁국민정당 조직국 부장, 허철 전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김용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한기찬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등은 정치권 내지 시민단체 출신이다. 나머지 3명의 비상임이사는 이종순 농민신문사 부국장, 김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조규정 호남대 교수(스포츠레저학과) 등이다. 모두 2018년 이후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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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 사외이사(비상임이사) 명단. /예탁결제원


조 후보자는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조 후보자의 1년 선배다. 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배경에는 김 실장 등 서울대 경제학과 인물들과의 학연(學緣)이 거론된다. 또 2003~2005년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도 교분을 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경제분과)을 맡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정치권이나 감독기관 출신이 공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조 후보자는 2007년 ‘정부·정치와 기업지배구조:경영진으로의 인적교류를 중심으로’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1988년부터 2006년까지 1만5980개 민간 및 공기업에서 근무한 임원 7만명의 경력을 분석한 것으로 한국 기업 고위 임원의 이력을 전수조사에 가깝게 파악해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었다. 임원 7만명 중에는 사외이사도 포함됐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정당 출신의 직업 정치인과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를 모두 ‘정치권’으로 묶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전체 기업 가운데 16.8%가 한 번 이상 정치권 임원을 고용했고, 특히 정규 규제 등이 강한 정부출자기업, 금융 분야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며 "1998년 경제부문에서 개혁이 시작된 직후 정치권 임원을 가진 기업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정부의 지배구조 개혁에 대응해 정치권 연줄을 가진 이들을 임원으로 채용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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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는 "정부 출자기업의 이사회는 당연직 정부 관료뿐만 아니라 정부 또는 정치권과 관련 있는 임원들이 대량 포진해있다"며 "정치권 임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 없이는 기업 내부와 기업 외부의 지배구조 개선은 명확한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며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낙하산 임원’ 관행을 비판했다.

공기업들이 권력과 가까운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바람막이’로 쓴다는 비판은 계속 나오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사외이사에 연 1500만원, 한국마사회는 연 3000만원을 보수로 지급한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기업재무 및 금융 전문가이긴 하지만 올해 두 곳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배경에는 정치적 네트워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 낙하산 문제를 지적하는 등 공기업 지배구조에 비판적이었던 과거 발언을 따져보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세종=조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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