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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엡스타인, 사망 전 감방 머무는 시간 줄이려 하루 12시간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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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세 소녀 등 미성년자 20여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감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사진)이 사망 전 수감시설에서 하루 12시간에 걸쳐 면회를 받는 등 행동을 보였다고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엡스타인의 수감생활을 재구성한 NYT 보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하루 최대 12시간에 걸쳐 사적 면회 공간을 이용했다. 비좁고 벌레가 들끓는 감방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거액을 들여 여러 변호사에게 장시간 면회하도록 한 것이다. 엡스타인이 머물렀던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시설이 많이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변호사와 장시간 면회를 하는 엡스타인은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변호인단과 함께 음료·스낵 자판기 2개를 모두 비우기도 했다. 면회가 없는 시간에는 교도소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수용자의 매점 계좌에 돈을 입금해주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목욕하지 않은 채 머리카락·턱수염도 정돈하지 않았고,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두고 NYT는 "교도소는 엡스타인의 호화로웠던 외부 생활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지막 며칠, 엡스타인은 수감생활 고통을 덜어내려는 의지가 점점 시들해졌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인 9일에도 엡스타인은 면회 공간에서 변호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재판부가 엡스타인의 성범죄 혐의 사실을 공개한 날이었다. 변호인들은 평소보다 일찍 면회실에 도착했고 엡스타인은 늦은 오후까지 몇 시간 동안 앉아있었다. 이튿날 새벽 6시 30분, 엡스타인은 숨진 채 발견됐다. 침대를 이용해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교도소 직원, 변호인 등 20여명과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엡스타인은 자신의 부(富)와 특권으로 사법 시스템을 조종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20여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지난달 6일 뉴욕남부지검에 기소됐다. 이후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최고 45년에 달하는 징역형이 예상됐다.

그는 2008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검사와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 끝에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나 논란이 됐다. 당시 협상에 관여한 검사 중 한 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였다. 논란이 일자 그는 지난달 12일 결국 사임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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