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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조국일가 의문의 '74억 펀드'…강남 자산가들 사이서 유행하는 편법증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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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사모펀드,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편법 증여 방법으로 활용"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모펀드 투자 후 부모가 환매해 수수료를 자녀의 수익으로 돌리는 방법
조 후보자 가족 투자한 사모펀드, 원래 존속기한 만료 이틀 전 기간 1년 연장
조 후보자 측 "합법투자⋯청문회서 설명할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한 사모펀드에 74억여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하고 실제로 10억여원을 납입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는 업계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 운용사가 만든 펀드다. 전 임직원이 3명뿐이다. 그런데도 재산이 56억여원이라고 신고한 조 후보자 가족은 이보다 18억원이 많은 74억55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정했다. 조 후보자 측은 "합법적인 투자"라고 했지만, 금융계에선 조 후보자 가족이 업계에도 생소하고 과거 성과도 미미한 신생회사의 펀드에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선뜻 투자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사모펀드 해지 때 발생하는 환매수수료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이용해 자녀에게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 약정을 맺고 실제 투자금을 납입한 사모펀드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사모투자합자회사'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7월 이 사모펀드에 조 후보자 아내 정모(57)씨와 장녀(28), 장남(23)이 총 74억4500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실제로 아내 정씨는 9억5000만원, 장녀와 장남은 각각 5000만원씩 총 10억5000만원을 납입했다.이 중 장남이 투자한 5000만원은 2017년7월 아내 정씨가 증여한 돈으로 보인다. 증여 시점과 사모펀드 투자금 납입 시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성인 자녀에게는 10년마다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물려줄 수 있다.

출자증서에 따르면 이 사모펀드의 출자금 총액은 100억1100만원이지만, 지난 16일 코링크PE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20억원 이하 규모의 투자처를 발견해 추가 출자 요청 없이 바로 펀드 운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현재 13억원 규모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 가족 투자금이 펀드 출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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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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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 후보자 가족은 왜 전재산(56억4000만원)보다 18억원이 더 많은 금액을 투자 약정하고, 실제로 전재산의 20%에 가까운 10억5000만원을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일까. 야당에선 조 후보자 가족이 자녀 재산 증식과 함께 편법 증여를 생각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년 전부터 일부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증여세를 내지 않고 수억원을 넘겨주기 위해 사모펀드를 이용하곤 했는데, 비슷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를 중간에 해지하면 환매 수수료로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자산가 A씨가 자녀 B·C씨와 함께 한 사모펀드에 11억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10억원을, B·C씨는 각각 부모로부터 증여세 면제 한도인 5000만원을 지원받아 투자한다. 시간이 흘러 사모펀드가 30%의 수익을 내자, A씨는 펀드를 중도 해지하고 환매 수수료로 자체 규정에 따라 수익금의 70%에 해당하는 2억1000만원을 펀드 측에 낸다. 이 돈은 남은 투자자 B·C에게 각각 1억500만원씩 돌아간다. 즉, 자녀 한 사람당 증여받은 5000만원으로 원래 자신 몫이었던 수익금(1500만원)에, 부모가 환매 수수료로 낸 금액의 절반(1억500만원)을 합쳐 1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둔다. 이 경우 형식적으로는 펀드 수익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1억500만원을 정상적으로 자녀에게 증여했을 경우 부과될 증여세 110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주식형펀드는 주식 매매차익에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이중(二重) 절세 효과가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이런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고는 들었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모펀드는 환매수수료 부과 기간과 비율을 운용사와 투자자간 합의로 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공모펀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입 후 90일 내 환매 시 이익금에 대해 환매수수료가 부과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운용사와 투자자가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계약을 정하게 돼 있고, 그것이 자본시장법의 취지에도 맞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환매수수료 규정을 이용해 사모펀드가 편법 증여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PB는 사모펀드를 이용한 편법 증여에 대해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현되려면 몇 가지 어려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중도 해지에 따른 이익이 제3자가 아닌 자녀에게만 돌아가게 하기 위해 사모펀드 출자자가 사실상 한 가족이어야 하고, 또 수십%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적절한 투자 대상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증여세를 내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 근무하는 한 세무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증여세 과세 대상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부(富)의 무상 이전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본다"며 "다만 과세당국이 이런 경우를 잡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조 후보자 아내와 장남이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투자했다는 출자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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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 자녀 2명은 실제 5000만원씩 투자했는데 왜 투자 약정 금액은 각각 3억5500만원으로 했을까. 2015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블루코어밸류업1호'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일반인도 투자할 수는 있지만, 투자 금액이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3억원'이라는 기준은 실제 출자 금액이 아닌 출자약정금 기준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운용사와 투자자간 합의에 따른다"고 했다. 경영참여형 투자펀드에 실제 출자한 금액이 3억원 미만이더라도, 출자약정금액만 3억원 이상이면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 후보자 측은 "투자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할 당시 아내 정씨는 주식을 처분한 금액을 투자할 곳을 찾던 중이었다. 정씨가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정씨의 금융권 지인이 '이 회사가 운용한 펀드가 30% 수익률을 냈다'고 추천해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지난 16일 '아들과 딸에게 증여해가며 총 10억원이 넘게 사모펀드에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답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사모투자 합자회사'는 2016년 7월 26일 설립됐다. 이 사모펀드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기타사항'에서 존립기간을 '회사 성립일로부터 만 3년'이라면서 "정관에 따라 연장되지 않는 한 존속기간 만료시에 해산한다"고 돼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7월 26일이 회사 성립 3년이 되는 날이었고, 그때 펀드는 해산됐어야 했다. 이날은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퇴임한 날이다. 그러나 그 이틀 전인 올해 7월 24일, 이 사모펀드는 존립기간을 '회사 성립일로부터 만 4년'으로 변경됐다. 다만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측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 펀드는 2년여 운용 결과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 상태로 펀드를 청산 중"이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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