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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종교는 신앙이전에 문명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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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를 끌 무렵 프레디 머큐리의 혈통이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페르시아(이란)계 혈통을 가진 그가 어떻게 인도 국적 아버지를 두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그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로아스터교라는 종교를 알아야 한다. 머큐리의 조상은 조로아스터교를 믿었던 페르시아인이었다. 이들이 8세기 무렵 이슬람 세력에게 멸망하면서 인도로 피신을 했고 머큐리는 이들 후손이다.

한때 융성했던 종교는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긴다. 조로아스터교 역시 마찬가지다. 유일신 체계와 선과 악 이분법 원조가 바로 조로아스터교다. 이것이 유대교로 전해지면서 결과적으로 기독교 교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뿐만 아니다. 조로아스터교는 '경교'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전파되면서 미륵불과 정토사상이 됐다.

철학자 니체의 명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차라투스트라가 바로 조로아스터인 것만 봐도 그 사상이 얼마나 문명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종교는 단순한 신앙체계가 아니라 인류문명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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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홍익희(사진)가 쓴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행성B 출간)는 문명사를 보는 시선으로 세계 종교역사를 살펴보는 의미 있는 책이다.

저자 홍익희는 KOTRA 일원으로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지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세계문명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베스트셀러를 펴내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 펴낸 '문명으로 읽는 종교이야기'에는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인류문명과 흥망을 함께 한 종교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종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종교란 인류의 발생, 자연과의 대결, 신화의 탄생, 기후 변화, 유목 민족들의 이동, 국가와 사상의 성립, 제국의 명멸, 국가 통제의 발전 등을 거치면서 그 모양을 서서히 갖춘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라는 것.

여신을 숭배하던 유럽 대륙에 호전적인 기마민족이 쳐들어오면서 남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들어왔고, 이것이 지금도 건재한 부계체제 역사의 시작이 된 것부터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명과 종교의 관계를 말해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종교가 정의 평등 자비 돌봄 지혜 겸손 등을 강조한다"면서 "자아와 객체의 합일을 중시한 모든 종교는 결국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또 "종교가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지내던 시기에는 역사가 발전했고, 서로 싸우던 시기에는 역사가 후퇴했다"고 덧붙였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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