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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파나소닉, 폐공장을 `스마트타운`으로…도시활력·기업부활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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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시티 기업에 맡겨라 ③ ◆

매일경제

일본 파나소닉이 황폐했던 폐공장 용지를 개발해 만든 스마트타운 `쓰나시마SST` 전경.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기후와 보행자들의 특징 등을 환경감지 센서로 촬영·분석해 스마트 쇼핑몰에 진열 상품을 추천해준다. [사진 제공 = 파나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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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시마SST에서 잡화점을 하고 있는 사사키 씨(33)는 오늘 매장 진열대 제일 앞자리에 세련된 여성용 우산을 진열할 계획이다. 주변 날씨와 보행자들을 분석한 쇼핑몰 빅데이터 시스템이 비가 올 확률이 높은 가운데 20대 여성 보행자 비율이 높다며 진열 상품을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사사키 씨는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빅데이터에 따라 수시로 진열하는 상품을 바꾸면서 다른 지역에서 장사할 때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코하마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0여 분을 달리면 가나가와현 쓰나시마시가 나온다. 시내 중심가 한편에는 이 조용한 시골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검은색 건물들이 복합단지를 구성하고 있다. 바로 일본 가전의 자존심 파나소닉이 황폐했던 폐공장 용지를 개발해 만든 스마트타운 '쓰나시마SST(Tsunashima Sustainable Smart Town)'다.

일본에선 기업의 부동산 개발을 '투기'로 보는 한국과 달리 기업 주도의 부동산 개발이 일반적인 문화다. 특히 최근 1964 도쿄올림픽 즈음에 지은 도심 건물들이 노후하면서 기업 주도의 도시재생과 스마트타운 개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 입장에선 부동산 개발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도시는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함께 일자리 증가·상권 활성화 등 효과를 얻는 '선순환 구조'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대지면적 3만8000㎡ 규모인 쓰나시마SST는 원래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타전기의 낡은 공장이 있던 땅이었다. 파나소닉은 1960년부터 2011년까지 이곳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었다.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파나소닉은 단순히 공장을 헐어버리는 대신 미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타운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파나소닉이 빠져나가 일자리가 없어지며 폐허화할 것을 걱정한 정부와 지자체가 발 벗고 도와준 것도 일조했다. 파나소닉의 결정으로 버려진 폐공장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핫플레이스'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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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시마SST는 스마트타운 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타운에너지센터와 스마트 쇼핑몰, 스마트 콘도(한국의 아파트 격), 게이오대학 국제기숙사, 애플 연구시설인 '요코마하 테크니컬 센터(YTC)', 수소차 충전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도입된 첨단 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 쇼핑몰 '아피타 테라스(APITA TERRACE)'에 도입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인근 보행자들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이 진열할 상품을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추천해준다. 쇼핑몰 인근 곳곳에는 일반 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파나소닉의 최신 환경감지 센서 기술이 적용된 고감도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시설은 쇼핑몰 주위의 날씨를 포함해 보행자들의 연령, 성별 등을 AI로 분석해 쇼핑몰 판매자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날씨가 맑고 30대 주부와 자녀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면 피크닉용 도시락을 매대에 집중적으로 진열하라고 추천하는 식이다.

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타운에너지센터는 일본 최대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도쿄가스그룹(Tokyo Gas Group)의 작품이다.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며 전기를 만들 때 생성되는 열을 냉방, 난방 및 온수 공급에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에너지센터 바로 앞에는 일본 최대 정유업체 JX닛폰 오일 & 에너지(JX Nippon Oil & Energy Corporation)가 만든 수소차 충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충전소 옆에는 지역 주민들이 수소에너지 생산원리와 효용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전시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쓰나시마SST가 들어서면서 한산했던 이 도시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토지 가격은 인근 다른 지역에 비해 10%가량 상승했고 애플이 세운 연구시설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났다.

시도 기업의 부동산 개발이 도시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아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쓰나시마시 관계자는 "지역 활성화와 친환경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행정지원을 했다"며 "이 덕분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고 친환경 시스템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도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 전범주 팀장(네덜란드 로테르담·알메러) / 정지성 기자(일본 쓰나시마) / 추동훈 기자(프랑스 파리·스페인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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