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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6·25전쟁 상징' 용어에 반한 美육사 신입 생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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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육사 신입 생도들, 동기생 단합 구호로 'FREEDOM IS NOT FREE' 선정

워싱턴 6·25 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 "한·미 동맹의 상징"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미국에서 관용구처럼 쓰이는 표현이다. 영어로 ‘프리(free)’란 단어가 ‘자유’라는 뜻과 ‘공짜’란 의미를 둘 다 갖고 있어 이처럼 멋진 문구가 탄생했다. 보통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을 기리는 취지에서 많이 사용한다.

올해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신입 생도들이 자기네 기수의 단합을 상징하는 구호로 이 ‘FREEDOM IS NOT FREE’를 선택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국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국에서 일어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에 적힌 문구가 바로 ‘FREEDOM IS NOT FREE’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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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에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 문구.


◆4년 뒤 임관 반지에도 새겨질 동기생 구호

18일 미 육사에 따르면 현재 8주일 과정의 생도 기본군사훈련(Cadet Basic Training)을 받고 있는 신입 생도 1187명은 최근 자체 토론과 투표를 거쳐 ‘FREEDOM IS NOT FREE’를 그들 기수를 상징하는 구호로 선정했다.

입학년도를 기준 삼아 올해 입학한 신입생을 (20)19학번 동기생으로 묶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졸업연도를 기준 삼는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은 ‘2023년 클래스(class of 2023)’의 동기생으로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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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올해 신입 생도들이 기본군사훈련 기간 동안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를 동기생 상징 구호로 정한 뒤 이를 적은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완전군장 행군을 하고 있다. 미 육사 홈페이지


미 육사 신입 생도이자 ‘2023년 클래스’ 동기생들은 지난 7월부터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최근 그 일환으로 완전군장 상태에서 약 20km 거리를 행군할 때 동기생 구호인 ‘FREEDOM IS NOT FREE’가 적힌 플래카드를 대열의 맨 앞에 내세웠다. 올 연말에는 이 구호를 형상화한 자체 휘장을 만들 예정이다. 미 육사의 오랜 전통에 따라 4년 뒤 이들이 졸업할 때 받을 소위 임관 반지에도 이 구호가 새겨진다.

올리비아 스켈턴이란 이름의 신입 생도는 “기본군사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자유란 정말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며 “전에는 그 의미를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겠고 또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은 나머지 국민이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美에서 6·25 전쟁을 상징하는 용어 됐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6·25 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 석조물에 새겨진 문구가 바로 ‘FREEDOM IS NOT FREE’라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등 숱한 전쟁을 치른 미국 내 참전용사 추모시설들 가운데 이 문구가 들어간 곳은 6·25 전쟁 기념공원 말고는 드물다고 한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마당에는 6·25 전쟁 당시 유엔의 이름 아래 참전한 나라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각국 국기 게양대와 함께 조성돼 있는데 미국 참전 기념비에 적힌 문구 또한 ‘FREEDOM IS NOT FREE’다. 꼭 이 장소만이 아니고 전쟁기념관 내 도처에서 ‘FREEDOM IS NOT FREE’란 문구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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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의 추모비 벽에 새겨진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와 ‘FREEDOM IS NOT FREE’ 문구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약 38개월에 걸친 6·25 전쟁 기간 동안 미군은 연인원 178만여명을 한국에 투입했으며 그 가운데 3만6000여명이 전사했다. 전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더하면 5만4000명이 넘는다. 부상자는 무려 10만여명에 이른다.

한 예비역 장교는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지만 ‘FREEDOM IS NOT FREE’가 미국에서 6·25 전쟁을 대표하는 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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