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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내로남불 조국’ 논란 왜?··· 과거 소신 발언이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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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문의 남자’로 불리는 그로선 문재인 대통령이 뜻을 거두지 않는 한 장관 타이틀은 거머쥘 것이다. 인사청문히 전후 국민 여론이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는 경우만 아니라면 문 대통령이 조국 카드를 버릴 가능성은 없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조 후보자의 자질에 부정적인 야당들이 조 후보자 낙마에 사활을 건 듯한 모습이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기가 순탄치는 않을 거란 얘기다. 베일에 싸인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가족 간 주택 위장매매·전입의혹 등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과거 조 후보자가 강하게 비판했던 내용과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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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부의 세습·양극화 지적하며 대한민국을 ‘동물의 왕국’ 비유했는데···배우자와 자녀 거액 사모펀드 투자

조 후보자는 오래 전부터 부의 세습과 양극화 등 우리 사회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해왔다.

2009년 발간한 저서 ‘보노보 찬가’에서 조 후보자는 “어린이들에게 주식, 부동산, 펀드를 가르친다”며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을 ‘동물의 왕국’에 비유했다.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찬조 연설에서는 “(한 달 생활비가) 상계동 어린이, 8만원. 대치동 어린이, 199만8000원. 무려 25배 차이입니다. 슬픕니다”라며 부의 양극화를 비판했다. 2016년 광주 광산구청에서 진행한 ‘재(再)봉건화의 시대, 정의를 말하다’란 주제의 강연에선 “소득, 자산, 교육, 지역이라는 4가지 다중격차가 한국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사회를 ‘재(再) 봉건’, ‘신 세습사회’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후 얼마 안 돼 아내와 자녀들이 베일에 싸인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 시기와 성격 면에서 봤을 때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57) 동양대 영문과 교수와 대학원생인 딸(28), 아들(23)은 조 후보자가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2017년 5월 10일 이후 두 달가량 지난 7월31일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모두 74억5500만원 출자를 약정했다. 정씨는 67억4500만원, 딸과 아들은 각각 3억5500만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물론 약정금액대로 반드시 납입을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조 후보자 가족 전재산(65억원)보다 많은 데다 해당 사모펀드 전체의 74%에 달하는 약정금액이어서 논란이 됐다. 실제 투자금은 정씨가 9억5000만원, 두 자녀가 5000만원씩 모두 10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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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김도읍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12대 불가론'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조 후보자는“출자약정금액은 유동적으로 총액을 설정한 것일 뿐 계약상 추가 납입 의부가 없다”며 “(투자) 계약 당시 추가로 납입할 계획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블루코어밸류업은) 블라인드 펀드 사모투자합자로 투자 종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종목에 투자됐는지도 모르고, 현재 손실 중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장전입은 (보통) 시민 마음 후벼판다”고 이명박정부 장관 후보자들 비판하더니···20년 전 위장전입 드러나

조 후보자는 2010년 8월 한겨레신문에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 제목의 기고문에서 당시 이명박정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을 비판하면서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그랬던 그가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1999년 10월 7일 울산대 조교수 시절 딸(당시 8살)과 함께 집주소를 부산에서 한 달 반 동안 서울 송파구 아파트로 옮겼다. 이어 한 달여 만인 11월 20일 딸과 함께 다시 부인과 아들(당시 3살)이 살고 있는 부산 아파트로 돌아왔다. 야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딸의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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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는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던 2017년 11월 청와대가 7대 인사 원칙으로 정한 ‘2005년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한 사람은 공직후보자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다. 조 후보자 측도 “‘청와대 공직후보자 인사 배제 7대 기준’에는 ‘2005년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만을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분야 하나 죽어버린다’며 폴리페서 비난했던 조 후보자, 선출직과 임명직 구분하며 “지식인의 사회참여”라고 반박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의 부작용과 문제점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2004년 대학신문 기고를 통해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으면 그 기간 교수를 충원할 수 없다”며 “낙선해 학교로 돌아와도 후유증은 남는다”고 지적했다. 200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 하고 대학원생은 갑자기 논문지도 교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대학 입장에선 유일 전공자가 나가버리면 전공분야 하나가 죽어버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서울대 학생 중에서도 ‘교수직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오는 등 폴리페서 논란이 일자 ‘임명직’과 ‘선출직’을 구분지으며 “나는 다르다”는 식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직업 정치인으로 나서는 선출직은 폴리페서로 볼 수 있지만 민정수석과 법무장관 같은 임명직은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라며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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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등 특목고 규제 강화 주장했는데···자녀들 외국어고 진학, 딸은 이공계열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조 후보자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중심의 입시 교육 병폐를 우려하며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 설립 취지대로 잘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기고문이나 저서 등을 통해 촉구했다. “외고생이 대학에 갈 때 자신이 택한 어문을 전공으로 결정하는 강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서울의 한 외고를 나왔고, 특히 딸은 이공계열 대학에 진학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조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나 개인 SNS를 통해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2010년 12월 경향신문), “내가 유학마치고 귀국 후 딸아이가 한국학교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영어로 수업하는 외고 국제반에 진학했다”(2011년 3월 트위터)고 해명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본인은 착한 척, 정의로운 척, 깨끗한 척을 다 했지만, 관련 의혹들 모두가 본인이 다 앞장서서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위장전입 문제나 폴리페서문제는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선적인 후보”라고 ‘조국 법무장관 불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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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모펀드·위장전매 의혹 등에 대해 “모든 절차는 적법하나 국민 정서상 조금 괴리 부분은 인정”

이에 전날 조 후보자와 통화한 내용을 전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조 후보자의 정책 능력이나 당사자 가족만 검증해야 하는데, 돌아가신 선친이나 10년 전 이혼한 동생부부까지 이런 식으로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폐단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어제 조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해 내용도 일부 확인했다. 조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그간 여러 의혹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 투자와 부동산 거래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해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조 후보자가 국민의 정서상 조금의 괴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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