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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中 “폭력 엄단” 최후통첩 … 빗속의 시민들 평화·비폭력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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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1주째 대규모 시위 / 빅토리아 공원 수용 정원 10만명 / 경찰 요구에 ‘유수식 집회’ 이뤄져 / 시민 15분씩 머무르다 빠져나가 / 본토 병력 투입 임박 소문 퍼져 / SCMP “청장년 무리지어 들어와” / 흰 옷·손목밴드 백색테러 연관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회를 요구하고 경찰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홍콩 시민의 외침이 11주째 홍콩 도심에 울려 퍼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극단적 폭력은 법에 따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무장력 투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전인대의 이번 경고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4일 시작돼 76일째 이어진 이번 시위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펼쳐졌던 ‘우산혁명’의 79일간 시위 기록에 육박하며 최대 분수령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세계일보

18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송환법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또다시 열려 수십만 인파가 참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 가능성, 시위대의 피로감 확산 및 폭력성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1주째 이어진 홍콩 시위가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은 18일 오후 2시(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시민들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오후 1시부터 공원에 모여들기 시작해 이내 공원을 빼곡하게 채웠다.

민진의 천쯔제(岑子杰) 간사는 “오늘 하루 평화와 이성으로 비폭력 시위를 이루자”고 호소했다. 시위대는 공원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물 흐르듯 빠져나가며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중국 중앙정부의 압박에 맞서 결의를 다지듯 “홍콩인 힘내라”고 외쳤다. 한국 ‘촛불집회’가 이번 시위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언급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세계일보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역 인근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정부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시위는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날 런던 트래펄가광장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 1000여명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중국에 굴복할 것인가’ 등 팻말을 든 채 “홍콩을 구하자”고 외쳤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잇따랐으며, ‘친중’ 시위대가 맞불을 놓기도 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도 이날까지 동력이 꺼지지 않은 것은 최근 경찰의 강경진압이 미친 영향이 컸다. 한 여성 시위자가 오른쪽 눈 실명 위기에 처한 것은 시위대 분노에 불을 질러 홍콩국제공항 마비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18일 집회 역시 ‘검은 폭력과 경찰의 난동을 멈춰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그러나 11주간 이어진 긴 여정에 지친 시위대와 경찰 모두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홍콩 사태가 향후 며칠 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특히 시위대 입장에서 남은 수순은 점점 더 힘이 빠지거나 중국군 투입으로 전세가 뒤집히는 일뿐이라는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청·장년 남성이 수십 명씩 무리 지어 홍콩으로 넘어오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본토 병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흰옷 차림에 흰색 손목 밴드를 차고 있어 ‘백색테러’ 관련자들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중국 무장경찰이 이미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는 미확인 소문도 퍼지고 있다.

더구나 친중 진영 측 시위도 본격화하면서 홍콩 내부 긴장이 커지고 있다. 전날 친중파 인사들이 주축인 홍콩수호대연맹이 도심 애드미럴티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시위에 나서 47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무력투쟁 불사파와 비폭력 투쟁파로 양분된 모습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날에 이어 18일 시위 본집회도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은 ‘평화파’ 목소리가 우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폭력적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무장력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정지혜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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