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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일본제품 불매운동 장기화하나…엇갈리는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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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달 1일 일본 경제보복으로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 확산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 규탄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참가자들이 ‘NO 아베’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홍윤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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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하고도 보름 넘게 지속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 확산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6.2%가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철회해도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도 41.3%나 됐다. 불매운동 초기 유니클로나 아사히 등 몇몇 상징적인 일본 브랜드가 표적이 됐다가 일본과 합작사가 많은 롯데 등의 다른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되더니, 최근에는 식품 원산지는 물론 첨가물이 일본산인지까지 확인하고 먹는다는 사람들까지 늘기 시작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소속 마트협회는 국내 식품 대기업들에 제품별로 들어가는 일본산 원자재와 첨가물 자료를 요구했다. 마트협회는 자체 조사한 수치와 업체들의 응답을 취합해 9월경 공개할 계획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완제품뿐 아니라 식품 원자재나 첨가물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음료 제품 등은 향신료 등에 일본산 재료가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우리가 먹는 음식에 일본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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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들은 불매운동 초기부터 가게에서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며 동참해왔다. 사진은 대구 시내 한 마트 진열대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걸린 모습.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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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 회원사 4,700여 곳 중 불매운동에 동참한 가게는 현재 4,000곳이 넘는다. 대부분 소규모 유통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판매하지 않는 일본제품을 맥주, 담배에서 시작해 간장, 와사비, 과자 등 식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불매운동 초기 2주 동안은 전체 매출에서 약 5% 손해를 봤다는 업주들이 많았다. 그러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불매운동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마트협회 측은 전했다.

그 이후 매출은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다. 지금은 평소보다 오히려 10% 이상 오른 가게도 적지 않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오히려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협회는 분석했다.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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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가장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18일 서울 노원구 유니클로 월계점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 모습.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따른 매출 하락을 폐점의 이유로 지목하고 있으나, 유니클로 측은 월계점 철수는 올 상반기 이미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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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속옷업체들은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토종브랜드 BYC의 냉감 속옷 ‘보디드라이’의 지난 7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 늘었다. 국내 속옷업체들은 단순히 매출 증가뿐 아니라 국내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은 둥글게 생긴 여성용 브래지어 패드를 나비넥타이 모양으로 디자인해 통풍 효과를 높인 제품을 최근 자체 개발했는데, 국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바람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소재나 기능성 측면에서 토종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국내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산을 선호하는 추세는 토종 브랜드 입장에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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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의 에어리즘 매출이 떨어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토종브랜드 BYC의 '보디드라이' BY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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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속옷회사 좋은사람들이 자체 개발한 ‘에어 컨트롤 패드’. 컵 둘레에 홀(구멍)을 만들어 기존 제품처럼 둥근 형태가 아니라 트라이앵글(▷◁) 형태로 통풍력을 극대화했다. 좋은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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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장기화가 결국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국내 유통업계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의 재고 부담 문제는 이미 현실화했다. 편의점 씨유(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은 이달 초부터 일본 맥주를 ‘수입맥주 4캔 1만원’ 할인 품목에서 제외했다. 점주들은 본사의 취지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일본 맥주가 창고에 쌓이는 걸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회 관계자는 “애국 마케팅에 따른 생색은 본사가 내고 손해는 점주들이 보는 셈”이라며 “(이런 마케팅을 할 거라) 미리 협의했으면 손해를 최소화했을 거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점주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매일 발주가 이뤄지는 특성상 대형마트처럼 맥주가 박스째 쌓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 맥주 재고 부담이 그리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본 맥주 불매운동을 둘러싸고 편의점 본사와 점주 간 갈등 우려마저 제기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매운동이 오래 지속되면서 일부 국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손해를 떠안는 측면이 있다”며 “감정을 앞세워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편향된 여론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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