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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주 여인숙 화재···폐지주워 쪽방 생활하던 노인 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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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일 오전 4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불로 객실에 있던 3명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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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폐지를 주어 생계를 잇던 노인 등 3명이 숨졌다. 이들이 ‘달방(한달치 요금을 월세처럼 내는 것)’으로 썼던 곳은 방 면적이 6.6㎡(약 2평)에 불과한 쪽방이었다.

19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2시간여만에 진화됐다. 불은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번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여인숙 안에서 70~8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폐지를 수거하며 장기투숙했다. 한 명은 숙식하면서 여인숙 관리를 해 주던 노인이었다.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1972년에 지어진 ‘목조-슬라브’ 구조였다. 객실은 모두 11개였지만 지은지 47년이나 돼 낡고 허름했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고 소방본부는 전했다.

여인숙은 60~70년대 호황을 누리던 숙박업소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형편이 넉넉치 않는 빈곤층들이 값싼 월세를 내고 주로 이용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여인숙은 10여명이 살고 있었으나 이날 집을 비웠거나 대피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참변을 안타까워 하던 인근 주민들은 “사는게 녹록치 않다보니 방에서 간이취사도구를 놓고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이 많았다”면서 “여인숙 주변에는 폐지가 자주 쌓여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시간대의 주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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