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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타이베이를 '대만'으로 표기해 중국에서 ‘불매운동’ 봉변당한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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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자국에서 불매운동에 휘말렸다. 대만과 홍콩에서 판매되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시간대 설정’ 기능에서 타이베이를 ‘중국’이 아닌 ‘대만’의 일부로 표기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대만의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간체 중국어(본토에서 사용하는 중국어)’로 시간대를 설정을 할 경우 타이베이는 중국의 일부로 표기된다. 타이베이를 포함한 대만 전체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대만과 홍콩에서 사용하는 ‘번체 중국어’ 시간대 설정에서 ‘타이베이(대만)’으로 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화웨이 불매를 선언하는 #HuaweiGetoutofChina(화웨이는 중국에서 나가라) 해시태그(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 표시)를 올리며 화웨이에 불만을 표출했다. 화웨이의 공식 사과도 요구하고 나섰다.

뜻하지 않은 악재에 당황한 화웨이는 최근 ‘번체 중국어’ 시간 설정에서도 ‘타이베이(대만)’을 ‘타이베이(중국)’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20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밖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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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들이 화웨이의 시간 표기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홍콩과 대만도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다른 나라 기업도 아닌 중국의 대표 기업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양안관계(대만과 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탱크와 미사일 등 약 2조6000억원어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한 데 이어 16일에는 최신형 F-16V 전투기 66대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7일 "이번 판매 결정으로 대만의 공군 전력은 물론 전반적인 국방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미국의 결정을 환영했다고 대만 자유시보가 전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실제 판매를 강행하면 ‘대응 조치’를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에는 차이 총통이 카리브해 순방길에 역대 총통 중 최장기간인 4박 5일간 미국에 체류하는 ‘경유 외교’에 나서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의 공식 왕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홍콩도 최근 시위로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이양받은 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해왔다. 홍콩에서 최근 11주 연속으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지면서 홍콩 시민이 정치적 자유 확대를 요구하자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면서 시위 무력 진압까지 고려하고 있다.

앞서 베르사체와 코치·지방시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이들 브랜드에서 나오는 티셔츠가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문구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 네티즌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베르사체는 지난 11일 웨이보 공식계정에 성명을 내고 "단순한 디자인 오류"라며 "중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사과했다. 코치와 지방시도 지난 12~13일 웨이보에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BBC는 15일 "베르사체 논란은 거대하고 수익성 좋은 중국 시장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또다른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사과하면서 커졌다"고 전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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