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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우석의 식음털털] 메뉴는 입장료가 아니다, 제발 메뉴 사이즈는 먹는 이가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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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음식의 사이즈 선택은 식당주인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 하는게 맞다.(사진은 본문과 관계없는 中자 사이즈 대구탕)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메뉴는 입장료가 아니다’ 음식 사이즈는 제발 먹는 이가 정하게 내버려 두자

음식량에는 ‘적정’이 있을까. 있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게 옳을까. 식당에서 주문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일행 중 이미 식사를 마친 이도 있고 소화가 안돼 밥을 안먹겠다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또는 식이요업을 하는 이도 함께 식당을 찾았을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은(술집이라면 1차를 마치고 온) 손님 일행이 식당을 찾아 주문을 힌다.

우리나라 식당 중엔 대, 중, 소로 나뉘어 있는 메뉴가 많다. 이때 작은 것을 주문하면 큰 것으로 바꿔 주문하길 ‘강요’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당장 눈살을 찌푸리며(웃으며 할 지라도) “소(小)자는 세 사람이 드시기에 모자라요”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게 왜 종업원이 걱정할 일인가 어리둥절하다. 적은 것을 먹는 것도 그 세 사람이요, 만약 모자라서 배가 고프고 아쉽대도 그 세 사람의 몫이다. 밥은 손님이 먹을텐데 모자랄 것을 주인(종업원)이 미리 걱정한다. 얻어먹는 것도 아닌데 주문할 때부터 타박을 준다.

단순히 ‘돈이 모자라서’라기 보다는, 일단 먹어보고 이것저것 다른 것을 주문할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많이 시켜 남기면 낭비요 환경파괴다. 게다가 정말 돈이 모자란 경우라면 더욱 야박한 응대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자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작은 가게에 꽉꽉 손님이 들어차고 있는데 여럿이 와서 조그만 것 하나만 주문하고 오랫동안 버티고 앉았다면. 그 또한 주인 입장에선 아쉽고 신경 쓰이는 대목일 수 있다.

하지만 여유로운 좌석 상황에다, 저녁시간을 비껴간 시간. 네 사람 앉는 탁자에 둘이 와서 똑같이 소(小)자를 주문할 때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얼마 전 영등포에 위치한 어느 유명 오징어집에서 이같은 상황을 겪었다. 그날 1차에서 두둑한 전작이 있었고, 또 이 집은 한 시오년을 다닌 터라 자연스레 일행과 함께 2차 자리로 찾았다가 그만 불쾌한 대접을 받고 말았다.

앉자마자 사람이 넷이니 부득불 사이즈가 큰 것으로 주문해야 한단다. 배가 불러 남는다고 했지만 “남더라도 큰 것을 시켜야 된다”고 했다. 내가 말을 잘못들었나 했다. 나중에 모자라면 더 시키겠다. 단골이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단골이면 잘 알텐데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기분이 상했다. 두 자릴 차지한 것도 아니다. 좌석은 2인 상이나 똑같이 차고 주문도 같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넷이 와서 작은 것을 시키는 것이 안된다면 그것은 이미 음식이 아니다. 이 식당의 입장료가 되버린 셈이다.

‘입장료 징수’에 목을 맨 종업원 탓에 그 좋던 분위기가 초장부터 깨져버렸다. ‘입장권’이 도저히 목에 넘어가질 않아 먹는 둥 마는 둥하다 뛰쳐 나왔다.

음식의 양은 먹는 이들이 정하는 게 맞다. 음식 먹으러 간 것이지 식당에 입장하러 간 게 아닌만큼.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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