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앞으로 일본 가계의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1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를 인용, "일본 북부 지방에서 겨울철 난로·난방기 연료로 많이 쓰는 등유는 일본 정유 업체가 일본 내 소비량의 약 90%를 생산하지만 수입물량은 대부분 한국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만약 한국이 일본에 난방 연료 수출을 금지한다면 일본 가계에서 난방비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며 무역 갈등을 빚고 있어, 한국이 일본에 ‘난방비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등유 수입 물량의 약 79%는 한국산이었다. 이는 일본 내 전체 등유 수요의 13%에 해당한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등유의 경우 겨울철 일본내 판매량의 20% 가량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유 업체들은 대개 8월부터 겨울철에 판매할 등유 등 난방유 비축을 시작한다. 일본 관련 업계는 최근 등유 생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대체 조달이 불가피하다.

일본 최대 정유사 JXTG홀딩스의 오우치 요시아키(太內義明) 상무는 "현재로선 (한일 갈등이) 회사의 에너지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유업계 2위 이데미쓰고산(出光興産)의 사카이 노리아키(酒井則明) 대표도 "(한일 간) 정치적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 등유 생산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등유 수입을 늘리는 등의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피치솔루션의 피터 리 연구원은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 등유 수출을 제한한다면 (일본에서) 수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아시아·태평양 정유 담당 이사 수샨트 굽타는 "한국이 금수 조처를 한다면 일본은 중국·싱가포르 등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다만 일본이 한국을 대체할 수입처를 찾더라도 운송비 증가와 항구 내 수용능력 부족 때문에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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