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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통합수능에 미적분 과외받는 공대생 늘어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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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향후 치를 문·이과 통합 수능(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대입에 유리할지 고민하는 일선 고등학교 현장 분위기와 달리 정작 대학가에선 물리·미적분을 몰라 과외(사교육)를 받는 대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대학들 사이에선 정부의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와 달리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공(자연)계열 전형에 한해 수학·과학 교과 선택과목을 별도로 지정하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경희대와 고려대(서울),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서울),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이 이공(자연)계열 응시자라면 무조건 수학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 중 하나를 응시하고, 탐구 영역 역시 과학 선택과목으로만 두 가지를 택해야 한다고 조건을 명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모집 단위별 세부 사항 등 대입 전형시행계획은 2020년 4월까지 확정될 예정인데, 이 같은 기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게 대학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당초 교육부가 확정·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는 수험생 자율적 판단에 따라 국어·수학 선택 과목을 고를 수 있고, 사회·과학탐구 과목도 계열 구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이처럼 문·이과 구분 폐지라는 2015 교육과정 취지와 달리 정작 대학들이 대입 응시 조건으로 선택과목을 지정하고 있는 것은 '전공 이수를 위한 기초 학력 저하' 우려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선 현장에선 대학교수들은 물론 대학생들조차도 "수학과 과학을 강화해야 할 판에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이공계열 대학생들 가운데 대학 진학 이후 물리나 미적분 등 전공 이수를 위한 기초 학문이 어려워 별도로 과외 수업을 받는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사립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A씨(3학년)는 "수능에서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고 화학2와 물리 쪽은 포기하는 바람에 대학에 와서도 (고등학교 때처럼) 과외를 받고 있다"며 "전공 때문에 별도 사교육이나 도움을 받는 선후배, 동기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 컴퓨터학과 2학년 학생도 "어느 정도 수학·과학을 이수하고 왔다고 생각한 나만 하더라도 전공 과목을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향후)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수학(특정 과목)과 과학을 아예 기피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어떻게 전공 과목을 이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공과 계열 교수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계열을 폐지하자는 목적 자체에는 극히 공감한다"면서도 "이 역시도 이공계열 전공자라면 수학과 과학 등 소양을 탄탄하게 다졌을 때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문·이과 통합 세대들이 오면 고등학교 수학·과학 과목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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