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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밀착카메라] 고궁에까지 걸린 현수막…'어색한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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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경복궁에 3달 째 현수막 6개가 걸려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자 설치한 것들입니다. 문화재와 현수막의 어색한 공존은 3달 째, 이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엇갈립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주말을 맞아 경복궁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광복절을 기념해 무료로 개방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박물관 쪽으로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옆에 있는 돌 계단입니다.

양옆으로 총 6개의 현수막이 걸려있는데요.

비정규직 근속을 인정하라, 명절 상여금 120% 지급하라 이런 문구들이 적혀있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은 현수막에 대해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니카/미국 시카고 : 저는 저 현수막이 광고라고 생각했고 고궁에 광고를 게시하는 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던 우리나라 관람객들도 의문을 가집니다.

[안세용/부산 금정구 : 저걸 누군가가 허락을 해준 건가요? 애들한테 문화에 대한 부분을 보여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왔는데 저런 문구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하기 힘들고.]

[조성경/인천 마전동 : 왜 근데 그게 저기에 걸려 있지? 평생 남는 거(사진)에 이런 문구가 있다는 자체가. 저희는 옛 건물을 더 보고 싶은데.]

반면에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동자들도 바라는 점이 있으니까 저렇게까지 한 게 아닐까요.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되는 부분이지. 걸어놨다고만 비판하기는…]

민노총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이런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중순.

문체부와의 단체교섭이 결렬된 이후 소속기관 8곳에 80여 개의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 : 노동조합법상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뭐 걸고 있는 거고요. 교섭이 합의가 되면, 임단협이 합의가 되면 당연히 이걸 떼죠.]

문체부 측은 노조 활동이기 때문에 강제로 철거하기는 어렵지만, 관람객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만큼 위치를 바꾸도록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협의를 해보려고 하거든요. 관람객한테 지장을 주니까 양해를 구하려고 하거든요.]

광화문 일대는 지하철역 출구를 중심으로 천막들이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따릉이 정류소입니다.

여기 이렇게 단단하게 끈으로 묶여있는데요.

이 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파란 천막으로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이 정류소에는 지금 자전거를 주차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뒤쪽 상황도 비슷한데요.

천막이 광화문 역을 가득 에워싸고 있어서 출구 표시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계신 거예요?) 오래됐지. 벌써 몇 년 이제.]

서명 운동을 위해 나왔다면서 할말이 많다고 말합니다.

[속았던 국민들이 한 번 깨어나면 더 분노해. 분노가 하늘을 찌를 거예요. 아가씨부터 정신을 차리라고.]

하지만 더 다가가자 막아섭니다.

[인터뷰하지 마. 빨리 가!]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인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면 공공시설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세종문화회관 직원 : 앉을 자리도 없어지고 화장실 이용 부분에 있어서도. 돈 주고 온 관객들은 쓰지 못하잖아요. 저지를 할 순 없고 주의를 주면 고함을 치거나 욕설을 한다거나.]

관할구청에서는 자진철거 계고장을 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이런 행위 역시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영철/서울 전농동 : 정치적 성향은 다들 자유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시민들한테 불편 주지 않아야 되지 않을까.]

[오재철/서울 논현동 : 타인에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굳이 자신들의 의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것 또한 하나의 언어폭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는 방향이어야 할 것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이선화 기자 , 황현우,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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