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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노부스 콰르텟 “아시아 출신의 유럽 활동 ‘사방에 벽’…20 ~30년 길게 보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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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국내 10번째 정기연주회 여는 노부스 콰르텟

경향신문

올해로 창단 13년째를 맞이하는 노부스 콰르텟이 오는 27일부터 10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노부스 콰르텟은 지금까지 한국 현악4중주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왼쪽부터 비올리스트 김규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 첼리스트 문웅휘. @KIM SUN 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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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족·친구 앞 ‘소박한 출발’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화려한 신고’

창단 13년, 세계적 현악4중주단으로

새로운 멤버와도 ‘찰떡궁합’ 자랑


시작은 소박했다. 이른바 ‘창단 연주회’를 열었던 때가 2007년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에서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3번 ‘로자문데’를 연주하면서 첫발을 뗐다. 객석을 메운 이들은 주로 학교 친구나 가족들이었다.

‘노부스 콰르텟’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들에게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것은 2012년 독일 뮌헨의 ARD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였다. 독일 공영방송이 주최하는 이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한국 현악4중주단이 준우승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한국은 실내악의 불모지와도 같았다. 게다가 노부스 콰르텟은 2년 뒤 또 한번의 쾌거를 알려왔다.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우승이었다. 그렇게 국제무대에 신고식을 치렀다.

올해로 창단 13년째를 맞은 노부스 콰르텟이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국내 4개 도시를 돌며 10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그들의 국제적 입지는 탄탄하다. 그동안 ‘어떤 무대에서 연주했는가’를 살펴보면 뚜렷해진다. 노부스 콰르텟은 지난 몇년간 클래식의 역사와도 같은 유럽의 주요 무대들을 잇달아 밟았다.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홀(2015년),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니 실내악홀(2015년), 영국 런던의 위그모어홀(2017년부터 매년 초청), 독일의 쾰른 필하모니홀(2017년), 뮌헨 헤라쿨레스홀(2017년), 베를린의 피에르 불레즈홀(2018년) 등이었다. 올해 4월에는 빈 콘체르트하우스 모차르트홀에서 연주했다. 모두 초청 공연이었다. 이제 노부스 콰르텟은 ‘한국 현악4중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라는 표현을 넘어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났다.

“길게 보면서 가고 있습니다. 20년, 30년이 흘렀을 때 저희의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팀의 리더격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그렇게 말했다. “사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사방에 벽을 느낍니다. 아시아 출신 현악4중주단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길게 보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먼 훗날, 저희가 한 시대를 상징하는 현악4중주단이 돼 있기를 꿈꾸면서, 앞으로 계속 걸어가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지고 말 겁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연주했던 중요한 콘서트홀이 대부분 저희를 리콜(재초청)해줬다는 거죠.”

노부스 콰르텟은 ‘각축장에서 살아남기’의 어려움부터 토로했다. 바이올린에 김재영과 김영욱, 비올라 이승원, 첼로 문웅휘로 시작한 그들은 지난해 2월 적지 않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휘를 꿈꿔왔던 이승원이 팀에서 빠지고, 그 자리를 비올리스트 김규현이 대신했다. 10년간 구축해온 ‘이심전심의 앙상블’이 자칫 위태로워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김규현은 지난해 피에르 불레즈홀에서의 첫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안착했다. “쇤베르크의 현악4중주 1번을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실내악을 연주해본 첫 경험이었죠. 리허설 때부터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동료들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는데, 저는 ‘완전 초짜’였으니까요. 연습 도중에 저 혼자 따로 놀고 있는 게 스스로도 느껴지더라고요. 연주회 사흘 전에야 간신히 감을 잡았죠.”

광주·서울·포항·울산서 순회연주

드보르자크·야나체크 곡으로 꾸며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규현이가 합류할 때 처음에는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그를 신뢰하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1년 중 절반가량을 함께 먹고 자면서 전 세계를 누벼야 하는 입장에서 “연주력만큼 중요한 게 인간적인 우정”인 것은 당연하다. 특히 현악4중주에서 신뢰는 기본이다. 서로 간의 ‘믿는 마음’에 균열이 생기면 앙상블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가끔은 술이 그 우정의 촉진제가 될 때도 있다. 주량은 첼리스트 문웅휘가 단연 1등이다. “네 명 중 가장 마지막에 취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네 명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동안 아무 방향이나 계획 없이 음악을 해왔다”는 고백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그때그때 적당한 곡을 골라서 연주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음악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저희만의 강점과 색깔을 만들어야죠. 그게 현악4중주단의 숙명입니다. 앞으로 큰 산맥들을 하나하나 넘어갈 겁니다. 일단 멘델스존과 브람스 전곡을 연주해내고, 그다음에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 버르토크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이번 국내 연주회에서는 체코 음악가들 곡만을 선보인다. 아예 제목 자체를 ‘슬라빅’(Slavic)으로 붙였다. 드보르자크 7번, 야나체크 1번 ‘크로이처 소나타’, 스메타나 1번 ‘나의 생애로부터’ 등이다. 오는 27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29일 포항 대잠홀, 3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9월1일 서울 신영증권 체임버홀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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