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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페미니즘은 ‘정의구현’…갈등 생길 수 있지만, 모든 갈등이 나쁜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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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아이콘’ 방한



경향신문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19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도 나이지리아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서 ‘악마’처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싶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로서 발언을 멈출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가 아니라 ‘정의구현’ 운동입니다.”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민음사)와 <아메리카나>(민음사) 국내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아디치에는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이자, 세계적인 ‘페미니즘의 아이콘’이다.

그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모든 남녀가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인권 보호’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테면 귀가 아파서 진료를 받았다면 전신 약이 아니라 귀 치료약을 받아야 한다”면서 “여성이 오랫동안 배제당하고 억압받았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투 운동’에 대해선 “성희롱 피해자들이 두려움 때문에 공론화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면서 “미투 운동이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운동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디치에는 지난 18일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 3명과 만나 최근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의 ‘메갈리아’ 사이트와 ‘김치녀’를 ‘김치남’으로 되받아치는 미러링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면서 “사회에 뿌리 깊은 여성혐오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불법촬영’으로 벌어지는 디지털성범죄와 여성들이 받는 경제적 차별에 대해 실망했다”면서도 “한국 사회를 성평등하게 바꾸려는 ‘영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아디치에는 이전에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페미니스트’라고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 패션과 유행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한국에서의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여성들의 선택권을 회복시켜주고,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면서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아름다움은 다양하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이 고쳐야 할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없다(Nothing)”고 답했다. 그는 “어떠한 운동도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운동이 말하는 메시지를 봐야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면서 “불의에 맞서는 운동에는 항상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모든 갈등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으로 “남성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페미니즘은 자신의 성별 때문에 강요되는 엄격한 기준이나 기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성들도 페미니스트가 된다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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