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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홍콩은 어디로](4)무력개입 명분 잃은 중국…선전 키워 ‘홍콩 힘빼기’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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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중국 대응은

중, 선전을 ‘금융 중심지’로 육성 계획…홍콩에 ‘간접 압박’

시진핑은 베이다이허 회의 후 “새로운 장정의 길 가야”

대만 내 ‘일국양제’ 거부감 확산, 차이 총통 재선도 우려

경향신문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등에 반대하며 11주 연속 휴일 도심 집회를 이어간 홍콩 시민들이 18일 밤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차도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글귀가 스프레이로 적혀 있다. 홍콩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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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명(주최 측 추산)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지난 18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가 큰 사고 없이 끝났다. 홍콩 시위 사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집회가 평화롭게 마무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이 사라졌으며,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홍콩 시위 정국이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매체들은 19일 ‘새 출발’을 강조했다.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역사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의 장정의 길을 잘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모여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난 뒤 내놓은 첫 지시다. 1930년대 중국 홍군이 1만5000㎞에 달하는 고난의 행군을 치러낸 후 공산당이 정권을 잡아 중국을 이끌 수 있게 됐듯이 현재 홍콩 사태, 미·중 무역갈등을 단결로 이겨내자고 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또 홍콩 특별행정구 정무사, 재정사, 율정사 등 주요 부처가 홍콩의 새 출발을 위해 폭력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장젠쭝 홍콩 정무사 사장은 “홍콩이 수년간 쌓아온 성취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했고, 천마오포 재정사 사장은 “외국 투자자들의 홍콩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폭력행위를 멈추고 국제사회에 홍콩이 이미 평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과 발언들을 미뤄 볼 때 중국이 홍콩 사태를 당분간 관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팎의 상황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은 무력 진압으로 인해 홍콩 사태를 키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시위를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환법 논란으로 대만 내에서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내년 1월 재선에 도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은 대만의 독자노선을 강조해온 차이 총통 재선을 원치 않는다. 차이 총통이 재선돼 미국과의 밀착 행보로 미·중 갈등에 끼어드는 것이야말로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 당국은 또 시위를 주도하는 대학생들이 9월 개학으로 학교로 돌아가면 시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런 만큼 중국은 간접적으로 홍콩 압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국무원이 18일 홍콩과 맞닿은 광둥(廣東)성 선전의 금융 기능을 강화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선전을 키워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의 위상을 약화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지난 2월 홍콩·마카오를 광둥성 9개 도시와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대만구(大灣區) 계획을 공개했는데, 이 계획에서도 홍콩보다 선전의 역할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선전에 있는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 종합개발연구원 류궈훙(劉國宏) 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위험이 낮은 무역·해운·금융에만 의존하고 첨단 과학기술 혁신, 벤처 투자 등 신흥 산업은 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흥망성쇠는 수시로 변한다. 홍콩인들이 시위를 멈추고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홍콩이 장기 고통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 시리즈 끝 >

홍콩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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